'32년만에 벗은 누명' 윤성여씨 재심 무죄 판결

'32년만에 벗은 누명' 윤성여씨 재심 무죄 판결

기사승인 2020-12-17 16:01:31
▲사진=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윤성여(53)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32년 만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7일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왔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옥고를 거치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사법부 구성원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선고가 피고인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백 진술은 불법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행위로 얻어진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또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피고인의 신체 상태, 범행 현장의 객관적 상황, 피해자 부검감정서 등이 다른 증거와 모순·저촉되고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반면 이춘재의 진술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증거와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부연했다.

▲사진=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맨 오른쪽)가 참석한 가운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연합뉴스
무죄 판결이 나자 윤씨는 지난해 경찰의 재수사부터 재심 청구, 재판 전 과정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이주희 변호사, 그리고 여러 방청객과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윤씨 변호인들은 “윤씨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31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환영한다”며 “법원이 사법부의 최후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억울한 옥살이를 살게 한 데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힌 것도 환영한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의 불법 수사나 인권 침해 수사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됐고 사법을 관리 감독해야 할 검사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이 밝혀졌다”면서 “윤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법 행위와 법원의 오판에 대해 국가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윤씨에게 사과했다. 경찰청은 “뒤늦게나마 재수사로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을 검거하고 청구인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해 큰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 보호’는 준엄한 헌법적 명령으로, 경찰관의 당연한 책무”라며 “경찰은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재심 재판을 이끈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 검사들 역시 검찰을 대표해 윤씨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다.

▲사진=1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판 전 박준영 변호사가 윤성여씨에게 귀엣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죄가 확정되면서 윤씨는 억울한 옥살이 20년에 대한 형사보상을 받게 된다.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청구하는 형사보상금은 무죄 선고가 나온 해의 최저 임금의 5배 안에서 가능해 19년 6개월간 복역을 한 윤씨는 대략 17억6000만원정도의 형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