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첫 회의 어떤 순간들 [트로트의 맛]

‘미스트롯2’ 첫 회의 어떤 순간들 [트로트의 맛]

기사승인 2020-12-19 07:00:04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첫 회 시청률 28.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30%에 가까운 놀라운 수치이지만, 기록 달성의 주체가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2(이하 ‘미스트롯2’)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앞서 방영한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1과 남성판인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트로트 열풍을 불러온 트로트 예능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직전 시즌인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35.7%까지 치솟았다. 이런 흐름 덕분에 시작 전부터 열띤 관심을 받은 ‘미스트롯2’가 17일 막을 올렸다. 트로트 오디션 ‘원조’는 과연 무엇이 달랐을까. ‘미스트롯2’ 첫 회에서 눈여겨볼 순간을 정리했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2 방송 화면 


웨딩드레스가 왜 여기서 나와

막을 올리는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다. 시작부터 더 커지고 웅장해진 규모를 자랑하다가 ‘2021년 글로벌 대기획’임을 강조하더니, 112명의 출연자들이 무대 위를 채웠다. 마치 ‘미스코리아’ 대회처럼 45도 각도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다가 주제가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는 형식은 ‘미스트롯1’이나 ‘미스터트롯’과 비슷했지만, 의상이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왔다. 전 시리즈에서는 모두 출연자들이 붉은색 옷을 입고 오프닝 무대에 선 반면, 이번엔 웨딩드레스와 꼭 닮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차분한 분위기의 음악에 맞춰 서 있었다. 그중 몇몇 출연자들은 베일을 쓰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웨딩드레스와 트로트가 도대체 무슨 상관인 걸까,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출연자들이 드레스를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편견과 낡은 제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오직 꿈을 향해 달려 가는 트롯걸들’이라는 멘트와 함께 흰색 드레스를 벗어 던진 출연자들은 ‘미스트롯’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색 드레스 차림으로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상의 편견과 낡은 제도를 웨딩드레스로 형상화한 것인지, 여성의 이미지를 단순히 이분화 한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마치기도 전에 ‘미스트롯2’의 무대는 시작됐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2 방송 화면 


나 빼고 다 올하트

초등부 예선 무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참가자들이 성인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며 극찬을 받은 것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어른보다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합격의 증표인 ‘하트’를 열 다섯 명의 심사위원에게 모두 받는 ‘올하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연속되는 ‘올하트’ 홍수 속에 눈물을 흘린 참가자도 나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는 건 합격 여부만큼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눈물은 조금 달랐다. 초등부에서 처음 무대에 선 임서원 참가자는 14개의 하트를 받아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자신을 빼고 다른 참가자가 모두 ‘올하트’를 받는 것을 지켜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초등부뿐 아니라 이날 ‘올하트’를 받은 참가자는 많았다. 첫 회에 등장한 17명의 참가자 중 올하트를 받은 건 무려 10명이었다. 시선에 따라 심사위원이 ‘하트’를 남발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는 흥이 난다면 심사위원이 일어나 함께 춤을 추고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흥이 오르는 만큼 하트가 나오기도 한다.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것이 ‘트로트 다운’ 모습이라는 평도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됐다. 첫 회부터 ‘올하트’ 행진인 무대는 참가자들의 뛰어난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도 있지만, 심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반문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2 방송 화면 


왜 우는 지 몰랐는데….

또 다른 눈물도 있었다. 심사를 하던 작곡가 조영수와 가수 박선주가 특정 참가자의 무대 전 혹은 무대 후에 눈물흘 흘린 것이다. 조영수는 가수 장윤정과 함께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심사위원이다. 이번 시즌에 심사위원으로 새롭게 합류한 박선주는 여러 가수들을 지도한 날카로운 ‘보컬 선생님’으로 이름이 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첫 회부터 자신과 친분이 있는 참가자가 등장하자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조영수는 자신이 아끼는 씨야 출신의 가수 김연지가 무대에 오르자, 노래를 부르기 전부터 눈물을 흘렸고 박선주 또한 자신의 제자인 스페이스A 출신 가수 김현정이 무대를 마친 후 눈물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박선주는 “마스터들이 왜 우는지 몰랐는데 이유를 알겠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오디션과 사연, 감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박선주의 말처럼 막상 그 순간을 대면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심사의 공정성까지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심사위원과 제작진은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아이돌부나 현역부 외에도 활발하게 활동한 참가자들이 속한 ‘왕년부’가 신설됐을 정도로 시청자가 익히 알고 있고 심사위원과도 친분이 깊은 출연자들이 대거 나오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시즌2 방송 화면 


기다리다 지쳤을 때 나타났다 홍지윤

‘미스트롯2’가 시작부터 강조한 것은 원조의 맛과 품격이다. 트로트 오디션을 처음 시작해 큰 인기를 얻은 만큼, 여러 노하우가 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중 ‘미스트롯2’가 특히 자랑할만한 것은 다양하고 실력 있는 출연자들일 것이다. ‘미스・미스터트롯’ 이후 여러 트로트 오디션과 예능이 나왔지만, 아직 원조의 아성에 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등장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낸 오디션에 참가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방송에 출연한 112명은 예선에서 2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앞서 송가인과 임영웅을 본 시청자들이 ‘미스트롯2’에서 그만한 신인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까. 첫 회 출연자들은 ‘올하트’도 척척 받을 만큼 평균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지만, ‘이거다!’ 싶은 순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16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아이돌 연습생 출신 참가자 홍지윤이 무대에 섰다. 그가 구성진 목소리로 ‘엄마 아리랑’을 부르는 순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원조 ‘트로트의 맛’이라는 것을.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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