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경영계 '과잉' vs 노동계 '책임강화' 맞불

'중대재해법' 경영계 '과잉' vs 노동계 '책임강화' 맞불

경제단체 "산업재해, 처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아"
노동계 "중소·하청업체만 처벌, 법리적 한계를 넘는 것"

기사승인 2020-12-23 04:00:18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국회가 입법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놓고 경제계와 노동계가 각자의 입장을 밝히며 서로 맞불을 놓고 있다.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은 경영자와 원청에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과잉입법이라며 연일 정부와 정치권에 입법 중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런 이유로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처벌 범위가 광범위하고 중대재해 범위도 불명확해 법 제정에 반대를 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는 경제계의 입법 반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의 즉각적인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142명이다. 이는 전년 1957명보다 185명 는 수치다.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망자)도 1.12%로 전년 1.05%보다 0.7%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문을 통해 "기업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원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산업재해 문제는 처벌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산재사고는 안전시설 부족 등 사업주 의지 문제도 있지만, 근로자 부주의로도 발생한다"며 "따라서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각 원인에 맞는 처벌이 필요한데 중대재해법은 발생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대표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 발의된 법안들은 과실범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2년에서 5년까지 징역 하한을 두고 있다"며 "이는 6개월 이하 징역형인 미국과 일본보다 높고 특히 중대재해법 모태인 영국의 법인 과실치사법이 법인에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조항은 1222개이고 여기에 중대재해법까지 제정되면 기업은 감당할 수 없다"면서 "법안의 최대 피해자는 대기업도 있지만 663만 중소기업이고 원하청구조 상황에서 결국 중소기업이 안전에 관한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중소기업 현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 오너가 곧 대표인데 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 대표는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해야 또 다른 산재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법 제정을 중단해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소중하며 이를 위해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데 우리 경영계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영계도 산업안전에 관심과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표했다.

▲포스코 경북 포항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집단 산업재해 보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노동계는 경제계 주장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중대재해법의 즉각적인 입법을 촉구했다.

우선 경제계가 주장하는 외국처벌 규정과 비교해 이번 입법이 최고 수준 처벌이라는 주장에 대해 민주노총은 "영국의 기업 살인법 사례만 들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캐나다의 경우 부상재해는 10년 징역, 사망은 무기형, 벌금은 무한 벌금과 최대 15할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며 "호주의 경우 25년형의 징역과 60억 이내 벌금을 병과하고 부상과 질환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다른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외국의 기업 살인법은 경영책임자에게 한국보다 훨씬 더 포괄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영국의 경우 사망자에 대해 해당 조직체의 관련 관리의무에 중대한 위반을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도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호주의 산업 살인법은 '태만, 동의, 묵인.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무시'등의 경우도 경영책임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대재해법 입법으로 중소기업만 피해를 본다는 경제계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왜곡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중소하청업체 처벌에서 원청 대기업 처벌로 전환하는 것이 중대재해법"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대기업은 빠져나가고 보상책임부터 처벌까지 중소하청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져 왔고 권한도 없다. 단기 부분 공정을 하는 하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재발방지로 이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책임과 권한이 있는 원청과 발주처를 처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 하청업체만 처벌되던 법리적 한계를 원청 대기업을 처벌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를 위한 릴레이 동조 단식 및 국회 농성에 참여했다.

경실련은 이날 농성 참여 성명을 내고 "각 계 각 층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촉구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실련도 해당 법률 제정을 위해 벌써 열흘 넘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단식을 진행하고 계신 분들과 그에 대해 지지하고 연대하는 모든 시민,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과 함께 진심을 담아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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