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엇박자에 불법 ‘신속PCR’ 검사 중

정부기관 엇박자에 불법 ‘신속PCR’ 검사 중

질병청 권고 무의미…응급용+일반 허가 받은 제품 못써

기사승인 2020-12-26 04:45:01
22일 서울 중구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중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69명 늘어 누적 5만1천460명이라고 밝혔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1시간이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PCR(유전자증폭) 진단키트가 있지만 사용범위가 제한돼 선별검사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의 건강보험 수가가 ‘응급용’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인데, 방역당국이 정식허가 제품 사용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당하는 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적응증을 추가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긴급승인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적응증 관련 심사평가원 회의도 지연돼 사실상 ‘신속 정밀검사’ 기회가 막힌 셈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선별진료소에서는 정식허가 절차를 밟아 승인된 진단키트만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간소화된 임상시험 절차만 밟은 긴급승인 제품은 사용이 제한된다. 그래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는 비인두도말 PCR, 타액 PCR, 신속항원검사만 무료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1시간 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 PCR 검사(응급선별검사)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응급용 진단시약으로 긴급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응급수술 등이 필요한 환자의 선별검사용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승인을 받은 제품은 9개인데, 이 중 1개 제품은 긴급사용승인(응급용)과 일반정식승인(정밀검사용)을 모두 받았다.

해당 제품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의 제품으로, 식약처로부터 정식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선별은 물론 확진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른 긴급승인 제품들은 선별검사가 목적이기 때문에 검사 후 양성이 나오면 확진 여부 확인을 위해 정확도가 높은 PCR검사로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대본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은 간소화된 임상시험만 실시됐기 때문에 선별검사에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 양성 확진을 위해서는 재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이 정식허가 제품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또 신속 PCR 키트는 응급환자의 응급처치를 위한 선별검사용으로 긴급사용 승인됐기 때문에 승인된 용도에 따라 사용돼야 한다”며 “다만, 식약처 기준에 따라 응급처치 용도뿐 아니라 일반사용이 가능하도록 정식허가를 받는다면 대상에 관계없이 확진용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국 최초로 전 시민 대상 코로나19 스크리닝 검사를 실시한 경기도 여주시는 시선바이오 제품이 아닌 에이엠에스(AMS) 바이오사의 검사장비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도가 질병청에 문의한 결과, 질병청에서는 시선바이오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질병청은 정식허가된 제품이 아닌 응급용 제품으로 스크리닝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시는 모든 제품이 응급용으로 분류돼 있어서 최대한 빨리 현장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선바이오 제품이 식약처의 정식허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수가가 응급용으로 돼있고 기입 코드도 다른 제품들과 똑같기 때문에 응급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 입장에서는 코로나 유행이 심각한 상황이고 하루가 급하기 때문에 조건이 더 좋은 쪽을 선택해야 했다”면서 “지난 13일 스크리닝 검사 시행 계획 발표 이후 각 업체들에게 제안서를 받아 15일 회의를 진행했고, 신청한 6개 업체 중 인력 지원 등 조건이 맞는 업체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 첫날인 23일에만 7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검사를 받았다. 지금은 어떤 제품을 쓰느냐보다 신속PCR 검사를 확대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우리 시는 11월부터 전 시민이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었는데 방역 관련 지침 등이 변경되지 않고 자꾸 지연돼 두 달이나 미뤄진 거다”라고 부연했다. 

관련해 업체 및 심사평가원 측에 문의한 결과, 시선바이오 제품은 지난 11월 식약처로 부터 일반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응급용(긴급승인에 대한) 수가가 적용되고 있었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해당 키트는 응급용 수가를 받고 있고, 이는 소의원회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다”라면서 “응급용과 일반용 진단키트의 수가는 동일하지만 코드가 다르다. 응급용의 허가 사용 범위는 일반보다 작다. 최근 업체 측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있어 조만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이 긴급승인에 대한 수가를 일반승인에 적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내주면 되지만 문제는 관련 회의를 열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회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이 이달 초 심평원에 이의를 신청한 상태지만 이의신청건은 대면회의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심의도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 관계자는 “식약처로 부터 정식승인을 받은 유일한 신속PCR 검사 제품인데 심사평가원이 허가해 주지 않아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코로나19 제품이 현장에서 사용될 기회가 막혔다”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응급용 수가 때문에 시장에 우리 제품이 신속 정밀검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시키기가 어렵다. 코로나19 검사센터를 개설하는 인천공항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수가’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공문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지금 연일 1000명 안팎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병원은 물론 기업이나 지자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제품 사용이 안 되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여주시 페이스북 화면 캡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만큼 신속 PCR 검사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감도, 정확도가 높은 PCR 검사 시간이 5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하루, 이틀 뒤에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신속 PCR 검사는 1~2시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민감도도 높다. 오히려 현재 쓰고 있는 신속항원검사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신속항원검사는 검체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검출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15~30분 만에 결과가 나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신속항원검사로 양성으로 나온 경우에는 다시 검체를 채취해서 확진용 검사인 PCR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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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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