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샌디에이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하성, 샌디에이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0-12-29 15:30:10
ㅋ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한다. 이제 목표는 생존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9일(한국시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4년 이상, 연평균 600~700만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아 KBO에 데뷔했다. KBO 통산 7시즌 동안에는 89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 134도루를 올리는 등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올 시즌에는 138경기에 나와 타율 0.308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전천후 활약을 펼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일찌감치 선언했고 2020시즌을 마친 지난달 25일 키움 구단을 통해 KBO에 포스팅 공시를 요청했다. 만 25세의 젊은 나이에 군 문제까지 해결한 KBO리그 최고 유격수라는 점에서 김하성은 오프시즌 복수의 MLB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메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지만, 김하성은 예상을 깨고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 37승 23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를 차지한 팀이다. 최근 유망주들의 포텐과 더불어 과감한 투자로 인해 신흥 강호로 떠오르고 있다. 우승권 전력을 갖춘 점이 김하성을 사로 잡은 이유로 꼽힌다.

이제 관심은 김하성이 어떤 포지션에서 뛰는지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주로 유격수로 뛰었다. 3루수도 곧장 소화했다.

하지만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서 유격수와 3루수로 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하성이 가세하게 될 샌디에이고 내야진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에릭 호스머가 1루 장갑을 끼는 가운데 매니 마차도가 3루를 지키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 중 하나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유격수를 맡고 있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시즌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성장했다. 올해 타율이 0.277, 17홈런, 45타점으로 장타력을 뽐내며 데뷔 첫 실버 슬러거와 MVP 투표 4위를 차지했다. 부동의 샌디에이고 유격수다. 이전에 비해 수비력도 크게 올랐다. 김하성이 타티스 주니어의 자리를 빼앗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3루 경쟁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샌디에이고의 핫코너는 매니 마차도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3루(119경기)와 유격수(37경기) 수비를 번갈아 맡았던 마차도는 올해 3루수로 완전히 정착했다. 타율 0.304, 16홈런, 47타점으로 실버 슬러거와 MVP 투표 3위에 등극했다. 3루수 역시 김하성이 도전하기엔 벅차 보인다.

현지에서는 김하성이 2루수로 뛸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2루수로 소화한 경기는 단 6경기에 불과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전 2루수를 맡을 만큼 어색한 포지션은 아니다.

올해 샌디에이고의 주전 2루수는 마지막까지 신인왕을 놓고 경쟁했던 제이크 크로넨워스였다. 크로넨워스는 리그 중반까진 신인왕이 유력할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리그 종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면서 신인상 투표에서 공동 2위에 그쳤다. 타율 0.285 4홈런 20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좌투수에 약했고(타율 0.218), 9월 이후 1할대 타율에 그치는 등 기복 있는 경기력을 노출했다.

MLB닷컴은 "샌디에이고는 우타자 김하성이 2루수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좌타자 크로넨워스와 플래툰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크로넨워스를 외야로 보내도 된다"며 크로넨워스를 외야수로 보내고 김하성을 2루수로 기용할거라 예측했다.

더 나아가 매체는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어느 자리에 적합할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구단은 그가 매우 훌륭하고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판단한다"라며 "플레이 위치에 관계없이 많은 능력을 갖췄고 유용하다"고 김하성이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았다.

한편 김하성은 지난 28일 메디컬 테스트 및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지에서 직접 협상 조건을 살피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내에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을 전해올 수도 있다. 포스팅 마감 기한은 한국시간으로 다음달 2일 오전 7시까지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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