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주고 뼈 취하는 걸까…배민 택한 DH, 요기요는 어디로

살 주고 뼈 취하는 걸까…배민 택한 DH, 요기요는 어디로

기사승인 2020-12-30 04:00:01
▲사진=쿠키뉴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 위해 ‘요기요’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8일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 DH가 배달앱 2위인 요기요를 내놓는 만큼, 국내 배달앱 시장에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요기요를 인수할 새 주인에도 관심이 모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위는 DH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배달앱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를 팔라고 결정했다. 같은 날 DH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구조적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수용의 뜻을 밝혔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요기요를 포기하더라도 국내 배달앱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을 품는 게 더 실익이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으로 국내 배달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배달의민족이 78.0%, 요기요가 19.6%로 나타난다. 

공정위는 DH가 DHK의 지분 전부를 6개월 내에 팔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어느 기업이든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배달시장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조 단위에 달하는 몸값에 적당한 인수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의 몸값은 배달의민족의 절반 수준인 2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배달시장이 호황을 맞은 만큼, 인수 희망 기업이 여럿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인수 후보군으로 배달앱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 뿐 아니라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거론된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쿠키뉴스
특히 쿠팡의 경우, 요기요를 인수하게 된다면 쿠팡이츠와 함께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요기요는 현재 쿠팡이츠의 약 4배에 달하는 월 사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고, 쿠팡이츠보다 서비스 권역이 더욱 넓다. 다만 쿠팡이 가지고 있는 5조원의 누적 적자가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쿠팡 측 역시 인수 가능성에 “여력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최근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에 400억원을 투자한 네이버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카카오 역시 자사 메신저 카카오톡에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 주문하기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에 밀려 점유율이 1% 수준인 상태다.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미 DHK는 마트 즉석배달 서비스 형태인 ‘요마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을 부르짖는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배달앱 등 플랫폼 구축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나 또 다른 해외 배달서비스업체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개월 내에 조 단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많지 않은 탓이다. 현재 해외 음식 배달 서비스업체로는 네덜란드 테이크어웨이, 미국 도어대시 등이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달 시장은 뛰어든다고 해도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분야”라며 “자영업자들과의 수수료 분쟁도 큰 갈등인 만큼, 기업들이 쉽게 인수 의사를 밝히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DH-배민과 경쟁해야하는데, 이 역시 가시밭길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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