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춘천봉사활동 인하대희생자유족협의회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누구도 재난과 참사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재난과 참사는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운이 없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재난과 참사에 대한 원인도 언급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옥시레킷벤키저 등 기업이 유해성 실험결과를 은폐하며 상품을 생산·판매한 것에서 비롯됐고, 대구지하철참사는 불에 취약한 내장재를 사용했고 피난로와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는 국회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기업의 탐욕, 인하대 봉사단이 강원 춘천에서 산사태로 목숨을 잃은 이유로는 군부대의 미흡한 정비와 지방자치단체가 위험지역에 허가를 내줬기 때문으로 지목됐다.
이들 단체는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싸우지 않으면 원인조차 밝힐 수 없었다”며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만 징역 6년을 받았다. 대구지하철참사에서는 기관사만 책임을 졌다”고 호소했다.
원안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것도 촉구됐다. 이들 단체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와 국회가 오히려 입법 취지를 훼손하려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인허가나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자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삭제하거나 형량을 줄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조순미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총연합 대표는 “평범한 국민으로 이 나라에 보통국민으로 살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묻고 싶다”며 “가족을 예고 없이 떠나보낸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이 이 강추위에 식음을 전폐하면서까지 이렇게 지키려는 그것이 떠나보낸 이의 슬픔에 몇 배의 고통인지 알기는 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어떠한 이유로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법”이라며 “(법을 제정하지 못 한다면) 국회는 생명을 살릴 충분한 기회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생명과 안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에 결국 304명을 죽게 만든 세월호 참사를 반복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의 그 누구도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내가, 내 자식이 목숨을 위협받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으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대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를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기업을 형사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2년간 늦추고,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5배 이하로 낮추는 내용 등으로 법안을 일부 수정, 제출했다. 이에 법 제정을 촉구해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원안대로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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