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노량진에서 있으면서 IMF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이렇게 힘든 새해는 처음입니다. 밖으로 나오는 손님자체가 없으니까요. 보통 12~1월 겨울이 가장 큰 대목인데, 적자만 겨우 면하고 있어요. 비수기인 여름은 또 어떻게 버틸지 암담합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 수백만 원이 빠지고 있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 2층에서 활어 생선회 등을 팔고 있는 A수산 대표의 말이다. 지난 새해만 해도 방어와 킹크랩 등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그의 가게는 이날 한산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방문한 이 시간까지 다녀간 손님은 3명. 매출은 5만원 남짓이었다. 1년간 고통을 준 코로나19가 올해도 이어질까 그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퀵 배송 주문이 많이 늘지 않았냐는 말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가게 방문 손님과 배송 손님의 비율이 7대3 정도인데, 현장 손님의 감소폭이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해산물은 직접 보고 구매하려는 경향이 더 큰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배송 서비스가 숨통을 틔워주곤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바로 앞 B상회는 전날 밤 내린 폭설로 퀵 배송 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가게 점원 김모 씨는 “퀵 서비스 업체가 길이 미끄러워 배달이 불가능하다고 해 이날 배송 주문 손님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면서 “하루 장사 공 쳤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가게 위치도 좋지 않아 배송 주문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어렵다”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소위 ‘목‘에 따라 가게 위치의 등급이 나뉜다. 3년마다 한번씩 S, A 등급 B, C, D 등급 두 부분으로 나눠 지원을 받아 추첨을 통해 자리가 정해진다. 등급이 높을수록 임대료가 높아지지만, 누구나 좋은 위치를 배정받길 원한다. 운이 나빠 상대적으로 비선호 위치를 배정받은 상인들은 코로나19가 더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2, 5층 횟집 식당가는 수산시장보다 더 암울한 상황이다. 점심 시간이지만 식당 곳곳이 비어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았다. 간간히 수산시장 직원이나 수산시장 상인들만이 방문했다. 저녁 영업시간도 9시로 제한돼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사인 수협이 임대료 인하 등의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C횟집에서 만난 한 점원은 “코로나19가 없던 예년 새해와 비교해 매출이 10분의1로 급감했다”면서 “15명까지 아르바이트생을 뒀던 적도 있는데, 현재 종업원을 3명까지 줄였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예약 손님이 적인 장부를 보여주며 연말 연초 매출을 다 놓쳤다고 호소했다. 장부는 새것이라고 할 만큼 텅빈 곳이 가득했다. 이따금 예약 손님이 적혀 있어도 검은 취소 선이 그어져 있었다. 점원은 “5월 6월에 코로나가 끝난다고 기대해 봐도, 곧바로 회를 잘 먹지 않는 여름으로 이어져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그동안 식당가와 상점가에 임대료 인하 대책을 시행해 왔다면서도 추가적 인하에는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수산시장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대 수익마저 감소한다면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수산물 상점가에는 1~2월까지 20%, 3~7월까지 40%, 식당가에는 3~5월까지 30%, 6~8월까지 15%까지 임대료를 유예하거나 낮춘바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상인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수산시장도 예산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어 추가 임대료 인하에 대해선 확답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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