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차 범위 안이지만 광주‧전라를 제외하고 각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결국 야권 단일화 이후 지지율 상승이 더욱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차이가 큰 호남에서도 변화의 싹은 보인다.
리얼미터는 지난 7일 YTN 의뢰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오차 범위 안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32.5%를 민주당은 28.6%를 기록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권역별 결과다. 국민의힘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여당을 눌렀다. 최근 열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서울, 인천‧경기는 물론 대전‧세종‧충청, 제주 등에서도 민주당을 제쳤다. 물론 오차 범위 안인 탓에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다소 섣부른 느낌 있다. 그러나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에서 연이어 패배한 국민의힘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
다만 불모지인 호남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변화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호남의 여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쿠키뉴스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단 3.8%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달 조사에서는 8.4%로 조금 상승했고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11.8%를 기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남의 국민의힘 지지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꾸준하게 호남을 향한 구애의 손짓을 보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거 일부 보수 인사들이 호남 지역에 대한 폄훼와 역사 왜곡을 쏟아내던 시기와 비교하면 의미가 없지 않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해 9월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전국 정당을 표방하는 정당이 호남에서 의석을 단 한 개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국민의힘 측은 당시 “민심을 보고 꾸준하게 호남을 챙겨 신뢰를 쌓겠다. 진정성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직접 호남을 챙기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주 원내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그는 “호남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국민의힘은 호남의 핵심현안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은 전북 지역 현안사업이었던 새만금 사업을 포함해 올해 전라북도가 약 8조2675억원을 쓸 수 있도록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편성안이었던 7조5422억원보다 약 7253억원 증액된 수치다.
이에 앞서 주 원내대표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둔 지난해 5월 1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당 내 망언에 대해 유가족 및 희생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틀 뒤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지난 8월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호남도 변화할 준비는 돼 있다. 분명히 민주당의 대안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과거 선거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순천‧곡성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도 44.54%로 민주당 노관규 후보 꺾고 당선됐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그가 일부 수행원만을 대동한 채 자전거로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호흡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순천시민들은 민주당에서 파생한 피로감을 이유로 고민 없이 이 후보를 선택한 바 있다.
아울러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호남의 현안을 제대로 공략하며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0%와 13.22%를 기록하는 등 의미 있는 득표를 기록했다.
전남 순천의 한 택시기사 역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영 맘에 들지 않는다”며 “그런데 다음 대선에서는 호남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없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한 광주시민도 “잠깐의 모습이 아니라 꾸준하게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과 지역 정치권에 관한 피로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그동안 누적된 국민의힘에 관한 불신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광주 시민은 욕설과 함께 “그간 보여준 행동을 생각하면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민주당의 대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뢰 회복을 외친 국민의힘이 호남의 마음을 얻어 진정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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