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신 주축 2030 ‘S세대’, 文정부에 등돌린 이유는

촛불 정신 주축 2030 ‘S세대’, 文정부에 등돌린 이유는

진보·보수,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과 실망, 상대적 박탈감이 외면 배경

기사승인 2021-01-11 05:00:03
▲지난해 4.15 총선을 알리는 홍보깃발이 국회 앞에 걸렸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0대의 반란이 시작됐다. 신인류, ‘S세대’ 등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지지했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오는 4월 7일 있을 재·보궐선거나 내년에 치를 대선에서 판세를 결정할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 20대의 신보수화? 정부여당에게 반감 커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긍정평가)을 조사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18·19세를 포함한 20대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높은 지지율을 보여 온 3040세대보다 10%p 전후로 낮은 지지율 추이를 보여왔다. 더구나 그마저도 집권말로 다가갈수록 이탈현상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DRC)가 월별로 발표해온 문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20대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유행을 빠르게 진정시킨 정부여당에게 55%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40% 초중반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는 줄곧 60% 언저리를 보였던 40대나 50%를 오르내렸던 30대 보다는 확실히 낮다.

문제는 부정평가다. 지난해 6월24일(42.2%)을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20대의 평가는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심지어 지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21일 조사에서는 64.5%(긍정 28.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30대는 44.8%(긍정 51.7%)에서 52.0%(긍정 45.3%)로, 40대는 38.2%(긍정 61.1%)에서 54.3%(긍정 43.7%)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도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20대는 30대보다 평균 3~4%p, 40대보다는 평균 10~11%p가량 낮았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통상 30대보다 3~4%p, 40대보다는 7~8%p 높았다. 전체적 흐름 또한 부정적으로 흘러 지난 7일에는 20대의 부정평가가 62.3%(긍정 31.1%)까지 올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때 ‘20대의 신보수화’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치른 4·15 총선 직후 총선의 가장 큰 성과로 20대 특히 남성의 신보수화라고 꼽은 바 있다. 당사자인 민주당도 조짐이 보였던 2019년 초, 설훈 당시 최고위원이나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20대 보수화’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가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데… 빚만 늘려주니”

하지만 최근에는 20대를 두고 보수화 됐다기보다는 앞선 세대에선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정치적·사회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제3인류’ 혹은 ‘S세대’, ‘검지세대’라는 표현으로 이들을 서술하기도 했다. 냉전시대의 잔재를 모두 털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에서 ‘탈냉전 세대’라고도 불렸다.

이 가운데 S세대가 이들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으로 보인다. SNS, 인터넷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스마트(smart)한 세대라는 점, 싱글(single)·솔로(solo)로 대변되는 자기중심적 삶을 즐기는 점, 마지막으로 취업난과 양극화 속에서 ‘생존(survival)’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struggle)’ 있다는 점이 S세대의 특징이다.

실제 본인도 올해로 26세의 청년인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의 보수화’에 대해 “20대는 보수화됐다기보단 합리성과 객관성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쉽게 말해 어느 편에 꼭 소속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소속감보다 내 삶에 중요한 가치들을 사안마다 판단하는 편이라 생각한다”고 20대를 기술했다.

덧붙여 “단순히 당을 보고 싫어하기보단 사안마다 어떤 대처를 하느냐, 장기적으로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가를 보고 판단한다. 지지율 이런 것들로 20대가 보수화됐다라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면서 “‘민주당과 청년들이 어느 정도 교감을 하고 있나’, ‘정당의 눈높이와 청년의 눈높이가 일치하느냐’에 대한 부분을 점검할 때”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많이 돌아선 분위기다. 30대 후반 이상 즉 40대와 비교하면 확연하다”며 “세대특성 상 30대 초중반까지는 IMF 이후세대, 소위 스펙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MF로 인해 빈곤과 박탈,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고, 이를 해소해줄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가 화려한 수식과 미사여구 뒤에 별다른 성과나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판단이 ‘외면’이라는 정치적 행동으로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홍 소장은 “자격증에 영어에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했지만 노동시장 진입도 못하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아르바이트 자리는 날아가고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코로나로 취업문은 좁아졌다. 집은 사려는 엄두는커녕 높은 전월세로 ‘집포’ 상태다. 설상가상 현 정부는 막대한 빚을 떠 넘겼다”며 지지를 바라는 것이 ‘몰염치’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 많은 구직자가 몰렸었다. 사진=박태현 기자

◇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민주당 정권재창출… 보수는 ‘논외(?)’

나아가 홍 소장은 편의상 ‘진보’로 분류하며 4050이 주도하는 민주당의 집권연장에 2030세대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봤다. 신보수화가 아니기에 ‘보수’로 불리는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을 거부하고 나온 이들을 흡수하는 것도 ‘개벽’이 없는 한 요원하다고도 풀이했다. 

그는 “이들 20대는 경쟁을 수용하고 법치를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보수지만, 문화나 사회적 가치판단의 영역에서는 수평적이고 진보적이다. 정치적으로도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면서 “선배문화에 매몰된 학창시절과 IMF 직전의 황금기를 보내고 노동과 자본을 거머쥔 40대와는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다른 시각에서의 풀이도 내놨다.

문제는 이 같은 젊은 20대 유권자가 해마다 60~70만명씩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홍 소장은 진보와 보수 모두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은 보수가, 자본과 일자리는 진보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고 싸워야할 사회초년생들이 납득하고 이해할, 반감과 박탈감 손해를 상쇄할 무언가를 내놓지 못하면 밀려날 것이란 주장이다.

그리고 홍 소장의 주장은 실제 20대들의 답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한 23세 대학생(남)은 “문재인 정부가 던지는 비전과 담론들에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 한계가 있다. 국민들의 계급, 젠더, 지역 등 현실의 부분을 수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을 가진다. 현실에서 진보가 보수화되는 경향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공과 과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민주당의 근본적 한계로 인해 그들이 표방하는 비전이 정당화 도구로만 사용되는 현실”이라며 “소통과 통합은 거짓말이었고, 반영과 연대는 0점이었다. 들으려는 태도나 ‘같이 으싸으싸’하려는 행동의 문제를 넘어 그들 기성세대가 가지는 의식관념, 그걸 생산하는 구조와 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 25세 여성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런 성과도 정책도 내놓지 못했다. 최저시급은 올려 아르바이트자리를 없앴고, 어렵고 위험한 곳으로 20대를 내몰았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취업의 문을 낙타구멍으로 만들었다. 주거문제는 ‘호텔거지’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부동산은 시쳇말로 대깨문인 어머니도 돌아서게 했다”고 체감한 현실을 전했다.

주식투자열풍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해서 집을 사야한다지만 20대에겐 부모도움 없인 기회조차 없다. 은행금리도 낮고 일자리도 없으니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주식투자가 유일한 출구가 된 셈”이라며 “욜로도 옛말이다. 투자해 바짝 벌어 투자이윤으로 살겠다는 의식이 요즘 청년들에게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보수로의 흡수 혹은 전환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40대 이상의 부모세대를 ‘꼰대’라며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온 옛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60세 이상은 교수나 CEO 등 높은 이들이거나 태극기 등 집회에서 보일 뿐 일상에서 마주칠 일 자체가 적은 권위적인 이들로 판단하고 배척했다.

홍 소장은 “경제·주택문제로 이들과 충돌하는 보수는 이들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대학 기숙사 건설에는 반대하고, 취직해 결혼하려고 집 구입을 고민해도 할 곳이 없는 현실을 부동산과 주택을 장악한 보수 윗세대가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도 문제지만 해마다 지지층이 사라지는 보수는 정말 잘 생각해야한다”고 덧붙였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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