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양방향의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생중계 됐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질문과 응답은 듣기 좋은 말들과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정부는 방역에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정국은 나름대로 순탄하게 발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더하며 긍정적인 기류를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3차 유행이 한창인 상황을 들어 사상 첫 부분 비대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 참석한 약 200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온라인 채팅과 화상 또는 현장 질의를 통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과 의견, 향후 계획 등을 대신 물을 수 있었다.
주요하게 다뤄진 사안은 6가지다. 방역은 ‘백신’ 수급 및 접종에 관한 사항이, 사회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일명 ‘추-윤 갈등’과 검찰개혁이 화두로 부각됐다. 공급문제를 핵심으로 한 부동산 정책문제도 거론됐다. 이외에 경제는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및 방향, 정치는 전직 대통령 ‘사면’논란, 외교는 대북정책이 주로 다뤄졌다.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대통령이 받은 28개의 문답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방역’ 관련이었다. 시간도 30분 이상 쓰였다. 질문의 핵심은 백신과 코로나 위기극복이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서 방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위기를 극복하는, 그래서 일상과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신과 관련해서는 “처음 개발되는 백신이기 때문에 대단히 신중했고, 여러 백신을 고르게 구입함으로써 위험도 분산시켰다. 한국의 식약처에서 안전성을 다시 심사해 허가한 백신만 접종할 예정”이라며 “11월에는 집단면역이 거의 갖춰지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 지겠다. 접종도 무료”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위기극복과 관련해서는 양극화 해소와 4차 재난지원금 지급문제가 거론됐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한중FTA 당시 운영된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예로들며 “돈을 번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대상들을 자발적으로 돕는 운동이 일어나고 정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지지했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 편성과 관련해서는 “사실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3차 재난지원금지급을 지급하고 있는 중이고,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부득이 추경(추가경정예산)으로 하게 되고,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2021년도 본예산도 이제 막 집행이 시작된 단계로 너무 이른 시기”라고 못 박았다.
이어 “4차 재난지원금도 방역상황에 따라 다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피해 입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저는 4차 재난지원금도 당연히 그들에게 더욱더 두텁게 지원하는 선별지원의 형태가 너무 당연하고 맞다. 그것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본격적인 소비진작이나 사기진작의 차원에서라면 보편지원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 부동산·검찰개혁·사면론, 선명한 입장…구체적 방안은 ‘글쎄’
사회적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전세난과 집값 상승을 ‘공급부족현상’의 여파로 해석했다. 이어 “과거 정부에 비해 주택공급을 보다 많이 늘렸다. 투기를 잘 차단하면 충분한 공급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다만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전 정부가 수립한 주택공급계획이지만 지난해 세대수가 2019년에 비해 18만 세대가 늘었다. 2019년은 2018년에 비해 불과 2만세대 정도가 늘었을 뿐”이라며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저금리이기에 자금이 몰리게 되는 상황에서 예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세대수 증가로 공급부족이 수요를 급속히 초과하고 가격상승을 부추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택수요가 예측할 수 없었던 정도로 늘었기 때문에 지금 정부는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긴급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설 이전에 보다 아주 획기적이고 과감한, 창의적인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기존의 투기 억제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부동산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추-윤 갈등’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 나가야 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정말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추-윤 갈등이라고 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보다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면서 검찰총장 임기제와 법무부 장관의 징계요청의 상충문제를 ‘보완적 관계’라고 풀이했다. 나아가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원리가 아주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오히려 두둔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부상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대해서도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또한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아주 걱정이 많다. 그래도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뜻을 분명히 했다. 무거운 벌을 선고한 법원과 국민의 반감 등을 고려할 때 사면은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국가교육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하기 위한 국가교육회의 또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증가가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기에 대면수업이 활성화되고 비대면수업이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자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의 많은 시간을 할애해 북미, 남북, 한미 간의 소통과 외교·안보 상황에서도 ‘평화’에 방점을 둔 정책을 계속해서 펴나가며 소통과 대화, 협력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다만 외교·안보를 비롯해 언급된 주요 쟁점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구상은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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