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동학대 대응체계 현장·국가책임 중심으로 강화“

정부 “아동학대 대응체계 현장·국가책임 중심으로 강화“

권덕철 장관 “현장 인력 전문성 확보, 협업, 즉각 분리제도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보호 인프라 확충에 중점”

기사승인 2021-01-19 15:35:54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보건복지부가 최근 16개월 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동보호 강화를 위해 그간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즉각분리제도 법제화’, ‘보호 쉼터 확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아동·청소년 학대방지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16개월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대응과정에서 대응인력의 전문성·협업노력 부족으로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피해 아동 관점에서 세밀한 대응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동보호를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사건 대응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현장 대응단계별 장애 요인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초기 대응의 전문성 및 이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새로 배치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직무교육 시간을 기존의 2배인 160시간으로 늘리고 현장 체험형 실무교육 등 필수 업무 내용 위주로 내실화할 계획이다. 현재 업무 중인 인력에 대해서도 매년 40시간 보수교육을 신설하고, 전담공무원을 전문직위로 지정하거나 전문경력관으로 채용해 잦은 순환보직도 방지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라도 경찰이 아동보호 관점에서 적극 조치하도록 일선 현장 인력의 교육도 강화한다, 또 단계별 현장 대응인력의 역할을 명확히 적립하고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출동 시에는 경찰과 전담공무원의 상호 동행출동을 원칙으로 하고, 동행출동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조사 정보를 상세히 공유하기로 했다. 아동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군‧구 통합 사례회의를 통해 지자체, 경찰, 의사‧변호사 등 전문가, 학교 등이 참여해 학대 판단 및 조치 방향을 논의하여, 기관간 협업 및 판단의 전문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현장 대응의 이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아동학대 현장조사 시 출입범위가 확대되고 조사 거부 시 과태료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즉각 분리 등 적극적인 현장 조치가 합리적 판단과 업무지침에 따라 이뤄진 경우, 대응인력이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아동학대 대응인력도 확충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를 위해 전국 229개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조속히 배치하고 수요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추가인력도 신속히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시·도 경찰청에서도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포함한 ‘여성청소년수사대’를 신설하고 강력팀 업무에 아동학대 수사를 추가해 경찰서 단위에서의 아동학대 대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심층사례관리 전담기관으로서 가족 기능 회복 지원을 통해 재학대 방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지자체와 함께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개선사항을 마련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아동학대 현장 대응인력의 근무여건 개선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신고 시 즉각적인 현장 대응에 필요한 전용 차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야간 출동이 불가피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업무 여건을 고려하여 초과근무 상한을 70시간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제2의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즉각 분리제도도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올해 15개 조속히 설치하고 지자체 수요를 반영해 14개를 연내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또 학대 피해를 입은 0~2세 영아는 전문 교육을 받은 보호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위기 아동 가정보호 사업을 새로 도입하고 보호 가정 200여개를 확보할 예정이다. 직영 또는 기존 양육시설 기능 전환 등으로 시도별 1개 이상의 일시보호시설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분리 이후 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정서 치료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시도별 거점 아동보호전문기관 내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해 피해아동 심리안정을 지원하고, 다른 기관 내 심리치료 역량 강화도 지원한다. 쉼터 등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위탁가정에서도 학대 피해 아동의 심리·정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제안서를 마련하고, 지난해 10월부터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아동복지,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처벌강화TF’에서 논의해 온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오는 21일제출할 예정이다.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방임 학대 시 돌봄 조치를 강제할 수 있도록 피해아동보호명령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피해아동보호명령 또는 임시보호명령에 대한 법원의 결정시한을 명시해 신속하게 재학대 방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을 의무화해 학대 행위자가 보호자인 아동학대범죄의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인이 사건’ 피의자 입양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앞둔 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박효상 기자


시민들의 아동학대 예방 인식개선을 확산하고, 신고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민법상 징계권이 폐지된 것을 계기로 체벌 없는 양육법을 안내하는 부모교육 콘텐츠를 확산하고, 공익광고 등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도 전개할 계획이다. 아동학대 조기발견을 위해 비대면 예비소집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한 가정방문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입양절차의 공적 책임도 강화된다. 입양기관에 대한 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지자체의 합동 점검을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 이상, 필요 시 수시 실시하는 등 입양절차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공적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입양후 사후서비스 과정에 아동학대를 인지한 입양기관은 지체 없이 지자체 등에 신고하고 유관기관과 협조체계 구축. 복지부 보고 및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입양에 앞서 예비 양부모에게 제공하는 입양기관의 필수교육 방식과 내용을 내실화해 아동양육 및 상호적응에 중요한 지식·정보를 제공해 입양 준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입양아(장애아, 연장아 등) 및 입양가정(유자녀) 특성과 수요에 기반해 전문가와 입양 선배가정에 의한 맞춤형 심화교육도 신설해 제공하고 입양 초기 아이와 입양 부모간 상호적응을 돕기 위하여 양육 상담 및 아이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입양체계의 국가책임도 강화된다. 입양 전 위탁을 제도화해 아동과 예비 양부모 간 상호적응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행 민간 입양기관 중심의 입양체계를 개편해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는 등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조속히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미비점을 지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시민들의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태현 기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학대로 고통받다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해 아동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입양정책 및 아동학대 예방대응 부처로서 아동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이로 인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의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핵심 요건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발표한 이번 방안은 사건 초동 대응과정에서 현장 인력들의 전문성 확보와 협업, 즉각 분리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보호인프라 확충 등에 중점을 두었다”며 “아이에게 가족이라는 품을 내주고 사랑으로 키우시는 많은 입양가정이 상처입지 않고, 입양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편견이나 오해가 없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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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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