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MC사업본부 매각설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지만,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최근 직접 매각을 염두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금명간 MC사업본부의 매각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23분기 동안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21일 LG전자에 따르면 권봉석 사장은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간 MC사업본부 사업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 중이다.
권 사장이 매각이란 직접적인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사업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시장은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실제 매각까지 이어지면 LG MC사업본부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구글·페이스북·폭스바겐·빈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분할 매각 가능성도 나온다. 연구개발은 남기고, 생산시설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생산은 포기하는 대신 스마트사업 명맥은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MC사업본부 내 ODM 사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외주생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원가를 최대한 절감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제 LG전자는 ODM 물량도 70%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로 중저가폰 위주로 이뤄지는 ODM은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의 OEM과 차이가 있다. OEM과 ODM 모두 주문자의 상표가 부착된다는 점은 같지만, ODM은 주문자가 제품 개발 단계에도 참여한다.
사업 유지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경우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해 다른 사업부문으로 흡수가능성도 나온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로봇 등 LG전자가 추진하는 미래 사업에 모바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MC사업부가 인력의 60%를 타 사업부로 이동시키고, 30%를 잔류시켰다. 나머지 10%는 희망퇴직을 받으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한때 연속 1조 흑자를 기록하며 스마트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과 애플 등이 스마트폰 시대 전환으로 발 빠르게 대응한 것과 달리, LG전자는 변화 흐름을 놓쳤고 2010년 이후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5년 이래 연속 23분기 영업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대에 피처폰에 승부를 건 것이 치명적으로 평가된다. 초콜릿폰으로 LG폰의 약진을 이끌었던 남용 사장의 실수가 LG 휴대전화 몰락을 초래했다고 업계는 본다. 남용 사장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은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회장. 구 회장은 스마트폰 OS를 윈도우 대신 안드로이드로 교체, 옵티머스 시리즈로 시장 반등을 노렸다. 박종석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옵티머스G에 이어 G2와 G3 등 G시리즈를 성공시키며 흑자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로 흑자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박종석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2014년 자리에 물러난 뒤 자타공인 브레인으로 꼽혔던 조준호 사장이 'LG스마트폰 명가 재건'의 특명을 받고 사장에 오른다. 하지만 G5 흥행참패 등 적자 폭만 커져 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수장에 오른 황정환 부사장은 제품력과 소비자 중심 전략으로 반등을 노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사장들의 무덤이 돼버린 MC사업본부 수장에 LG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권봉석 HE사업본부 사장에게 스마트폰 사업까지 맡긴다. LG전자 역사상 처음으로 가전 사업 담당 사장의 MC사업본부장 겸직이다.
LG 스마트폰 재건의 사활을 건 수장들과 달리 권 사장은 더는 MC사업본부가 흑자 전환에 어렵다고 판단, 과감히 아픈 손가락에 칼을 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의 결단은 비주력·적자 사업들을 정리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 노선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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