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지구촌을 마비 시킨 지 어느덧 1년이 지나면서 우리 삶은 일상을 잃어 버렸다. 회식, 동문회 등 다수가 모이는 것은 힘들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어 하는 이 와중에도 화상 회의와 학원, 학교의 원격 수업에 이용되는 플랫폼인 줌은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고,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홈쇼핑, 택배 등 비대면 업종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가 대면 접촉을 하는 컨택트(contact)에서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언택트(un-contact)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 환경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최근 정부에서는 만성질환자, 노약자 등 고위험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방지를 목적으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원격 진료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격 진료는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힘들게 병원을 직접 오는 대신에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도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매우 편리한 제도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한 의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센 상황이다. 환자 증상을 듣고 약처방만 해주는 일련의 과정에 무슨 부작용이 생긴다고 의사들이 반대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다르듯이 원격 진료도 단순한 경우 보다는 오히려 복잡한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열이 나고 몸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생각해 보자. 환자는 ‘어디가 불편하세요’라는 의사의 질문에 감기로 왔다고 말을 한다. 물론 상당수가 환자 말대로 단순 감기가 맞다. 하지만 감기 환자 사이에는 폐렴, 신우신염, 간염, 담낭염 같은 많은 감염성 질환들이 숨어 있다. 감기야 해열제, 기침약 등의 대증 요법을 통해 증상 완화를 시켜주면 그 사이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병이 낫게 되지만, 위에 언급한 질환들은 적절한 항생제를 조기에 사용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진료실에 걸어 들어오는 모습부터 전신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인다. 의사는 그런 인상의 환자를 보면 보다 철저한 병력 청취와 진찰을 통해서 필요한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여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인 원격 진료는 이런 케이스를 놓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전화 혹은 영상 통화 만으로 그 사람을 충분히 알 수 없고,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해봐야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듯이, 진료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진료실에 들어 오는 환자의 얼굴, 표정, 걸음걸이 같은 전체적인 관상을 통해서 병명을 알아 맞출 수도 있다는 것은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만이 아닌, 대면 진료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맞이 하여 의료도 변화할 수 밖에 없으며, 무조건 안 된다는 반대 보다는 원격 진료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교통 정리를 해야 할 시대적 의무가 의료진에게 있다. 물론 원격 진료로 인한 의료 분쟁 발생 시에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해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환자와 의료인이 없도록 하는 법적 보호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일상에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게 된 것이다. 마스크 때문에 숨 쉬기 불편하고 귀도 아프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마스크로 인해 처음 보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사람의 인상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소개팅을 하거나, 면접을 보거나, 혹은 업무 관계로 누군가를 만날 때 첫 인상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평소에 나도 분당척병원 진료실에 들어 오는 환자의 얼굴을 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분당척병원에 처음 내원하는 환자들의 첫인상을 알 수 없어서 아쉬움이 크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마스크 천 조각 그 이상의 벽이 생긴 것 같음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이 되어 마스크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맘껏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분당척병원 내과 김경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