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풀밭에 핀 꽃을 꺾다가 어른에게 들켜 훈계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또 모든 동식물은 인간과 똑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니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을 거다. 나도 자라면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교육을 많이 받았다. 반복 학습의 결과였을까, 어느 순간 나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꽃 한 송이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이후로 웬만하면 꽃을 꺾지 않았고, 벌레를 밟지 않았고, 미꾸라지를 잡으면 가지고 놀다가 꼭 다시 풀어주었다. 이 모든 건 그 소중한 생명을 위한 것만큼이나 나를 위한 일이었다.
최근 다양한 방식의 동물 학대 뉴스가 끊임없이 보도된다. 얼마 전에는 길고양이를 죽이고 인증을 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생겼다. 그 안에는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과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채팅방 이용자들은 동물을 학대한 경험담과 사진, 영상을 자랑스럽게 공유했다. 채팅방 속 죽은 고양이 사진들은 쌓여만 갔고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채팅방은 삭제됐다.
동물을 학대하고 영상을 공유한 자는 명백한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학대를 부추긴 이용자나 단순 시청자에 관한 내용은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해당 채팅방에는 단순 시청자가 현저히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채팅방에 가입하려면 동물 학대행위 등을 인증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후 ‘동물권’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담은 법안들이 대거 발의됐고 국민의 관심도 높았지만, 정작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동물 학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은 동물과 인간 모두를 보호한다. 동물에 대한 잔인함은 인간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논문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했던 사람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중 40%는 사람에게 폭력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연쇄 살인자 강호순은 자신이 운영하던 도축장에서 개를 많이 죽여서 살인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림대 범죄심리학 조은경 교수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 대해 “동물에게 반감이 있다기보다는 사람보다 동물을 학대하면서 감정을 푸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해 동물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동물처럼 자기 자신을 돕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다면 같은 방식으로 자기감정을 그 사람에 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500만 명을 넘는 지금 어느 때 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모순되게도 동물을 학대하는 방법은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그 건수는 늘고 있다. 한편 지난 22일(금)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동물을 학대하거나 사체를 훼손하는 행위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물을 촬영·제작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동물 학대가 논쟁거리가 될 때만 생색내기식 법안을 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법안을 실현하는 국회의 모습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