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인턴기자·조현지 기자 =코시국(코로나 시국) 속 대학생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1년이 지난 만큼 대학 생활에도 ‘안정’이 찾아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했다. 대면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동아리 모임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모든 게 바뀌었지만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등록금’ 때문이다.
코시국을 살아가는 대학생은 “전보다 많이 나아졌어요”라고 전했다. 대학교 3학년 A씨(24·남)는 “지난해 1학기는 정말 힘들었다. 학교에서 갑자기 대면 수업을 통보해 지방에서 부랴부랴 올라오기도 했다. 수업을 분명히 들었는데 결석을 했다고 표시된 경우도 있었다”며 “2학기가 되니 비대면 수업 시스템도 안정화 돼 편해졌다. 이론 수업의 경우 오히려 온라인 수업이 더 낫다고 느끼기도 했다. 녹화본이 온라인 강의실에 업로드 돼 이해가 안되면 ‘다시보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 5분 전 기상’이 가능해져 더 편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만큼 침대에서 책상까지 단 1분, 잠시 앉아서 잠을 깨는데 2분, 노트북 전원을 켜고 수업에 들어가기까지 약 2분을 합쳐 총 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버스를 놓칠 우려도, 강의동 엘리베이터를 놓쳐 계단을 뛰어 올라갈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통학생이라고 밝힌 B씨(24·여)는 “평소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2시간은 일찍 일어나 챙겨야 한다. 버스를 한 번이라도 놓치면 답이 없다. 그냥 지각”이라며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된 이후론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 5분이면 수업준비가 끝난다. 과제가 많고 실습을 못 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런 점은 비대면 수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러한 장점 속에서도 ‘코시국 등록금’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교내 시설 이용이 불가능했고 동아리·학회 활동, 봄·가을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되며 대학 내 문화생활에 대한 예산 지원이 줄어든 만큼 ‘환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C씨(22·남)는 “등록금은 정말 문제가 있다. 조모임을 위해 학교 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라운지 같은 공간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위해 카페를 향했다”며 “도서관도 코로나 사태로 폐관이 잦았고 학교 셔틀도 운영이 단축돼 불편했다. 학교 시설에 대한 이용을 전혀 못 했는데 왜 전과 같은 등록금을 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D씨(23·여)는 “학교생활에 대한 큰 재미가 사라졌다. ‘대학=수업’이라는 공식이 굳어지게 된 것 같다”며 “학교 축제를 할 때 매년 연예인들을 부르기 위해 몇천만 원씩 쓴다더라. 근데 지난해는 축제를 아예 하지 않았다. OT·MT, 동아리 등의 행사 취소되니 학교의 지원이 거의 없었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예산 축소가 있는데 학교는 돈이 없다며 등록금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차라리 예산안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이해를 하겠지만 무조건 숨기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로 ‘이론’ 중심의 수업이 진행돼 강의의 질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코시국 대학 생활의 장점을 언급한 A씨는 “원래 기업에 직접 방문해서 과제를 받고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수업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이론 수업만 해서 실습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어느 정도 ‘코시국’에서 대학 등록금이 어느 정도 감면돼야 한다고 느낄까. 대학생 대부분이 ‘30%’가량의 환불을 희망했다. ‘OECD 교육지표 2019’에 명시된 한국 평균 등록금 747만원(1학기 373만5천원)에 적용해봤을 때 약 100만원(112만500원)의 등록금 감면을 원하고 있었다.
D씨는 “장학금, 학교 시설 이용, 대학 생활 지원 등의 복지 50%, 수업료 50%로 등록금이 구성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등록금은 코시국에도 지급이 됐으니 참작해서 뺀다고 하면 30%가 적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B씨도 “30% 정도가 대학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합의점”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대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공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28일 쿠키뉴스와 함께 진행한 ‘반값등록금 온라인 간담회’에서 “사립대학의 경우 누적적립금이 7조3000억 원가량 쌓여있다. 꽤 많은 돈”이라며 “1000억대 이상의 누적적립금을 보유한 대학에서는 30%가량의 등록금을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대학이 10% 등록금을 환급해준다고 나섰는데 매우 부족한 수치다. 학생들은 학교 시설 이용을 못 하는 등 여러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온라인 수업 시스템 확충 등으로 등록금에서 수업료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지 않다. 대학들은 누적된 적립금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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