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 [볼까말까]

‘루카’ 일단 절반은 성공했다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2-02 15:28:26
사진=tvN 월화극 ‘루카 : 더 비기닝’ 포스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분노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 눈동자는 푸른빛으로 변하고 몸에선 전기를 흘려보낸다. 1일 막을 올린 tvN 월화극 ‘루카 : 더 비기닝’(이하 ‘루카’)는 자칫하면 유치해 보일 수 있는 이 설정을 볼만한 그림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절반은 성공이다. 아무리 흥미로운 서사를 준비했어도 일단 화면의 이질감 때문에 몰입할 수 없다면 시선을 붙들 수 없기 때문이다.

‘루카’는 ‘보이스’ 시즌1, ‘손 더 게스트’ 등으로 OCN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연 김홍선 PD가 연출을 맡은 것으로 드라마 팬 사이에서 화제였다. ‘추노’ ‘해적’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하는 천성일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무엇보다 영화 ‘베테랑’ ‘베를린’ ‘도둑들’ 등을 작업한 최영환 촬영감독이 처음 선택한 드라마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영화 같은 분위기를 위해 다수의 영화 스태프가 작품에 합류했다. 배우 김래원, 이다희, 김성오가 호흡을 맞추고 안내상, 혁권, 진경 등이 주조연급으로 나선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첫 회에서는 자신에 관한 기억을 잃은 지오(김래원)가 강력반 형사 하늘에구름(이다희)과 우연히 만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손(김성오)과 싸움 끝에 기억을 잃고 깨어난 지오는 1년 후 폐기물수거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다. 구름은 도망친 범인을 쫓다가 지오가 운전하는 차에 치여 사고를 당하고, 지오는 그를 특별한 능력으로 살려낸다. 하지만 이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유포되고, 지오를 쫓는 휴먼테크 연구소는 또다시 이손을 보내 그를 추적한다. 연구소가 진행한 루카 프로젝트의 유일한 성공작이 바로 지오이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쏠린 기대감을 충족하는 서막이었다. 전체 세계관과 과거 사건에 대한 단서를 적절하게 흘리며 빠른 속도감을 유지한 것이 돋보였다. 초반 액션과 후반부의 추격 장면이 긴장감 있게 펼쳐져 장르의 색채를 명확히 했다. 특히 잘못 담아내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을 세련된 연출로 완성해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푸른 눈으로 변신해 주변 일대를 날려 버리는 힘을 가진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화면과 이야기에 녹아났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래원의 완급 조절도 훌륭했다. 그는 기억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미지의 힘을 발휘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전작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이다희와 지오를 쫓는 이손을 연기하는 김성오도 첫 편부터 존재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라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다. ‘루카’는 방영 전 홍보 과정에서 독창적인 세계관임을 강조했지만, 의문의 단체와 인체실험으로 생겨난 초능력자의 갈등은 외화나 국내 장르물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소재다.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향후 전개를 통해 초반 기시감을 지우고, 이 드라마만의 세계관과 서사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OCN이 아닌 tvN 월화극이라는 점도 변수다. ‘루카’의 1회의 장면이나 설정 만을 두고 보면 장르물 수요가 강한 OCN에 더 어울리는 작품처럼 보인다. 장르물 마니아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동시에 대중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의 입맛도 고려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 볼까
김홍선 PD의 전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추천한다. 장르물 마니아라면 일단 도전해보는 것을 권한다.

◇ 말까
평소 OCN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연출된 상황인 것을 알아도 동물실험 소재 등을 보기 힘든 시청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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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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