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주는 수년 간 견조한 이익 실현을 이뤄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비례한다는 공식이 통용되지 않은 것이 국내 은행주입니다. 상장된 주요 금융지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4~5에 불과합니다. 카카오의 PER이 60이 넘는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은행주가 실적과 별개로 저평가된 까닭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 )도 작용했습니다. 주요 은행주는 배당주로 불리지만 이는 국내에 한정된 것이고, 해외 은행주(투자은행 포함)의 배당성향(40% 이상)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배당성향이 낮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25%에 불과했고, 최근 금융당국은 20% 이내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대표적인 미국 은행주(상업은행)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지난 5년 간 40%가 넘는 배당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투자은행 JP모건의 배당성향은 40% 후반대에 달합니다. 이처럼 높은 배당성향은 주주가치 환원으로 이어져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 두 은행의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줄어들었으나 지난 수년 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자수익에 의존한 사업도 주가 부양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수익 가운데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6.15%인데 비해 비이자이익은 13.85%에 불과합니다. 총자산대비 비이자순수익 비율은 0.24%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비이자이익 부문이 전체수익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고, BOA(Bank of America)도 46.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PBR 해소를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와 해외이익 증가가 필요하다”며 “이는 저성장, 저금리 지속으로 이자이익 추세적 증가는 제한적인 반면 비이자이익은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비용 없이 이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금융당국과 정부의 입김이 강한 규제산업이라는 점도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다고 합니다. 이는 국내은행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도 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공상은행(국영은행)을 제외하고 세계최대 규모 메가뱅크라고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의 주가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관치금융으로 인해 10년 전 대비 주가가 반토막났습니다. 일본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는 ‘JAL(일본항공) 재건’ 사례입니다. 당시 일본 정부(국토교통성)는 JAL의 주요 채권단인 은행에 JAL의 채무를 탕감하라고 지시합니다. 결국 채권단은 금융채무 5200억엔(5조8500억원)을 탕감했고 3600억엔(4조원)의 대출해 운영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수조원의 자금을 상환받지 못한 채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것이죠.
국내은행 상황은 일본과 비교하면 낫지만 여전히 정부와 당국의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2017년 하반기까지 상승곡선을 이어갔으나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화로 인한 수익 악화 우려가 은행주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아울러 디지털 금융이 강화되면서 전통 금융사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은행의 최대 강점인 대면 영업이 디지털 금융 활성화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여파까지 겹치면서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비대면 금융의 점유율이 커지고 있기에 기존 은행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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