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 새로운 신화를 쓰기 위해선 [볼까말까]

‘시지프스’ 새로운 신화를 쓰기 위해선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2-18 08:00:05
’시지프스 : 더 미스’ 포스터. 사진=JTBC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시시포스 혹은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이다. 못된 지혜가 많아 저승에서도 하데스를 속이고 장수를 누렸다. 하지만 그 벌로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에 처해진다. 형벌의 기한은 영원하다. 그가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으면 바위가 다시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인 탓에 시지프스는 영원히 벗어나기 힘든 운명을 상징하곤 한다. 

JTBC 새 수목극 ’시지프스 : 더 미스’(이하 ‘시지프스’)는 개국 10주년 특별기획극이다. 기념 드라마인 만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진혁 PD가 제작발표회에서 “JTBC의 돈을 좀 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농담할 정도다. 진 PD는 SBS서 ‘푸른 바다의 전설’ ‘주군의 태양’ 등 다수의 흥행작을 만들었다. 극본은 이제인, 전찬호 작가가 집필했다. 방영 전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캐스팅이다. 배우 조승우가 천재 공학자 한태술 역을 맡았다. 박신혜는 위험에 빠진 그를 구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구원자 강서해를 연기한다. 

첫 편에서는 비행기 사고를 막은 한태술(조승우)이 이로 인해 새로운 사실에 다가서는 내용이 그려졌다. 한태술은 귀국 중 추락하던 비행기를 자신의 능력으로 무사히 착륙시키지만, 우연히 손에 넣은 조종실 녹화 영상을 통해 추락사고가 사람과의 충돌로 일어난 것임을 알게 된다. 비행기와 부딪힌 사람이 죽은 자신의 형 한태산(허준석) 임을 확인한 한태술은 추락의 흔적을 찾고자 떠난 들판에서 의문의 슈트케이스를 발견한다. 먼 미래에서 현재로 온 강서해(박신혜)는 한태술에게 연락해 사건이 시작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베일을 벗은 ‘시지프스’는 예상보다 쉬운 드라마다. 장르의 벽을 치는 대신, 시간을 오가는 소재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작품의 문을 열어놨다. 오프닝이 대표적이다. 드라마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세계관을 낯설게 보여주는 대신 익숙한 전쟁영화나 추적극처럼 포문을 열었다. 1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비행기 추락 장면도 마찬가지다. 느낌표가 붙은 직관적인 대사가 이어져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다. 성공해 화려한 삶을 사는 태술이 왜 허망함을 느끼고 죽은 형의 환각을 보는지도 회상을 통해 친절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지점들이 본격적인 SF 장르물을 기다렸던 시청자에겐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외화로 장르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시청자에겐 더욱더 그렇다. 야심 차게 제작비를 들였다기엔 비행기 추락 장면의 시각 특수효과(VFX)가 어색했고, 편집과 음악도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고루한 감각이라는 평이 많았다. 천재 공학도이자 그 능력으로 회사를 세워 부자가 된 덕분에 화제의 중심에 선 주인공과 그 옆의 든든한 경호원을 보면 영화 ‘아이언맨’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한다. 

설정에서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태술의 캐릭터는 흥미롭다. 태술의 형벌은 신으로부터 내려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택한 것이다. 태술은 형의 죽음 이후 죄책감을 씻지 못해 스스로 바위를 짊어진 시지프스다. 그가 새로운 선택을 하고 서해와 함께 운명에 대항해 새로운 신화를 만들 수 있는 이유다. 앞으로 이를 표현할 배우가 조승우라는 점이 기대감을 더한다. 그는 캐릭터를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 입체감 있게 살려낸다. 많지 않은 분량으로 몰입감을 선사한 박신혜가 앞으로 어떤 액션과 연기를 보여줄지도 관전점이다. 

◇ 볼까
쉽고 직관적인 대사와 연출을 선호하는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천재 공학도 캐릭터와 그를 지키는 박신혜의 액션을 보고 싶다면 채널 고정.

◇ 말까
배경음악에 높은 기준을 가진 시청자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음악 외에도 장르물이 갖춰야 할 요소를 꼼꼼하게 살피는 마니아라면 실망할 수 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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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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