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에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자보와 1인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이하 청년하다)는 최근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시내 12개 대학교에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학생들은 등록금 동결은 사실상 인상과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납부한 등록금 일정 금액은 학교 시설 사용료,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책정됐는데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 동안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고 실험, 실습 등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청년하다는 “대학은 작년에 이어서 올 해도 전면 비대면 수업을 제공하면서 등록금 반환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등록금 반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은커녕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하다에 따르면 전날까지 대학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은 대학은 20곳이 넘는다. 지난 5일 서울대 캠퍼스에 대자보를 붙인 한 학생은 “지난달 12일 우리 대학의 등록금이 동결된다는 발표가 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등록금 인하 얘기가 나와도 모자를 판에 대학 본부에서는 인상을 요구했다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한 대학은 97%에 달한다. 대학정보 공시 홈페이지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전국 4년제 대학, 전문대학 등의 1학기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135개 대학 중 131개 대학이 1학기 학부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대부분 대학들은 새학기를 비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비대면 알바채용 알바콜은 ‘새학기 비대면 개강’을 주제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대학생 및 대학원생 6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 학기 비대면 수업이 예정됐다”고 답한 비율은 97.1%에 달했다. 전면 비대면이 55.1%, 대면과 비대면 혼용이 42.0%이었다.
비대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높다. 전국대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이 지난해 9월21일~10월4일 대학생 44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속 교육에 불만족했다는 답변이 71%에 이르렀다. 녹화 강의를 ‘재탕’ 했거나 접속 오류가 빚어졌다는 사례는 2000여건이 넘게 제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학들은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등록금 동결이 13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비대면 강의 진행으로 재학생 중 상당수가 휴학을 해 등록금 수입 감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교무처장협의회 관계자는 “비대면 강의를 위해 학내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구축하고 온라인 컨텐츠 지원을 하는 등의 지출이 학교 측에서도 있었다”며 “비용 구조를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의견차를 좁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학생들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행복기숙사’를 일선 대학에서 많이 지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로 학생들이 거의 오지 못했고 수십억에 달하는 적자를 대학이 고스란히 보전해줘야 하는 등 여러 사정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원격수업관리위원회 구성은 권고사항에 그칠 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등록금심의위원회처럼 기존의 회의체에서 학생이 반대해도 결국 학교가 제시한 안 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원격수업 질이 좀 나아진다면 등록금 반환 요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원격수업 질은 부차적인 문제다. 정부가 지난해 1000억원 예산 지원을 했던 것처럼 올해도 적극적으로 대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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