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4일 탄핵 청구인(국회) 법률대리인과 임 부장판사 측에 각각 준비절차기일 연기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본래 오는 26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임 부장판사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절차기일을 열 예정이었다.
헌재는 변경 기일은 추후 지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 임기는 오는 28일까지다. 이에 따라 임 부장판사는 전직 법관의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첫 기일이 연기된 이유는 임 부장판사 측이 지난 23일 이석태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임 부장판사 측은 이 재판관이 과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력을 문제 삼았다. 또 이 재판관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점도 기피 사유가 됐다. 민변에서는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디.
당초 헌재는 기피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26일 변론 준비기일을 예정대로 진행하려 했으나 기피 심리가 길어지면서 재판이 연기됐다. 민사소송법 48조에 따르면 제척,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소송 절차를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기피가 결정되면 이 헌법재판관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헌법재판관이 기피 여부에 대한 심리에 착수하게 된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양측은 핵심 쟁점인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의 위헌성을 두고 놓고 본격적으로 공방을 벌이게 된다.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위배했는지, 헌법·법률 위배 정도가 파면결정을 내릴 정도로 중대한지 여부가 관건이다.
국회 측은 임 부장판사가 형사수석부장 지위를 이용해 특정 사건의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등 재판관여 행위를 해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임 부장판사 측은 ▲대법원 징계위원회에서도 징계 수위가 ‘견책’에 그쳤고 ▲형사사건으로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 되었으며 ▲탄핵 사유가 헌재가 제시한 기준인 ‘중대한 법률 위반’에 이르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등 임 부장판사 측 대리인단은 지난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한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 결정 전 퇴임하면 탄핵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돼 각하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탄핵 주 목적은 탄핵 대상자를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이라며 “이미 법관 신분을 상실했기 때문에 ‘소(訴)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각하 결정을 내리더라도 헌재가 결정문에 헌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앞서 지난 18일 참여연대가 개최한 긴급좌담회에서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임기만료로 공직자가 아닌 피청구인에게 파면을 선고하는 주문을 작성할 수 있는 법규정이 없어 절차적 한계가 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릴 것”이라면서도 “헌재가 결정문을 통해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인 것임을 명시해 명확히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의 결과를 미리 보고 받고 판결이유에 특정 내용을 명시할 것을 권유한 혐의를 받는다. 도박 혐의로 약식기소된 유명 프로야구 선구들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려는 판사를 회유해 벌금형(약식명령)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게 한 혐의,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 지시 혐의 등도 있다.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리면 임 부장판사는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고, 변호사 개업도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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