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학폭’ 진실공방…근본적인 해결책은

연예계 ‘학폭’ 진실공방…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사승인 2021-02-26 07:00:05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용기 있는 고백인가, 비방을 목적으로 한 허위 사실 유포인가.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한 학교폭력 폭로가 잇따르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과 피해를 주장하는 쪽 사이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증거를 남기기 힘든 학교폭력 특성상 양 측 모두 사실 관계를 파악하거나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법정 싸움으로 치닫는 ‘학폭’ 진실 공방

가요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법무팀은 25일 소속 그룹인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의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한 A씨의 법률대리인을 만났다.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학교 재학시절 동급생인 수진에게 따돌림과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인물. 반면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수진이 동창생과 다툰 것은 맞으나 학교 폭력 등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애초 A씨 측은 이번 만남에 앞서 수진의 가해 인정과 직접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리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학폭’ 가해자로 거론되는 배우 박혜수 측도 피해자들과 마찰을 빚긴 마찬가지다. 박혜수의 소속사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가 24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악의적 조직적인 공동 행위가 아닌지에 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자, 10여명의 피해자 모임 중 한 사람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이자 박혜수의 집단폭행을 덮기 위한 언론플레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맞섰다. 학폭 여부를 두고도 양쪽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피해자 모임 측은 박혜수가 중학교 재학시절 학생들에게 폭행·폭언·협박·금품갈취 등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반면, 소속사는 “폭로의 허위성을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확보해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못 박았다.

(왼쪽부터) 학교폭력 의혹을 부인한 조병규, 수진, 김동희, 박혜수. 
◇ “기록 없는 ‘학폭’, 기획사도 사실 확인 어려워”

학교폭력은 기획사 입장에서도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다.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가요기획사 관계자 B씨는 “기록으로 남은 사건이라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난감하다”고 말했다. 기록이 없으면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각자의 기억과 입장이 달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 C씨도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도 ‘학폭’ 증거를 남겨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회사 역시 이런 논란이 나왔을 때 ‘맞다’ 혹은 ‘아니다’를 확신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가 어렵다”며 “일단 아티스트의 말을 듣고, 생활기록부나 담임 선생님, 동창 등을 찾아 정황을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의 ‘학폭’ 폭로가 나오자, “해당 멤버가 재학했던 학교 및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으며, 게시자가 허락한다면 게시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돌 산업에서 재능만큼이나 ‘인성’이 중요해진 만큼, 일부 기획사들은 연습생을 영입하거나 데뷔시키기 직전 여러 방식으로 인성 검증을 거치기도 한다. C씨는 “데뷔할 만한 친구들은 재학했던 학교에서 생활기록부 등을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될 경우 데뷔 자체를 재고하기도 한다”며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 때문에 여론이 바뀌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 반복되는 ‘학폭’ 뿌리 뽑으려면…

학교폭력은 일부 연예인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한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학교폭력의 고리도 끊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폭력 가해 경험을 한 응답자의 28.1%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폭력을 저질렀다고 대답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도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피해자의 28.5%로 드러났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활동하는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가해자는 ‘학폭’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피해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다보니 문제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를 무마하려 하거나 폐쇄적으로 반응하는 사례가 많아 ‘학폭’ 근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학폭’ 기억은 평생 이어질 수 있는 고통이다.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자와의 화해가 병행돼야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며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선 일반교육과 인성교육, 비폭력문화캠페인 활성화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연합뉴스, HB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DB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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