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의 한식당 안에선 코로나19 확산을 알리는 뉴스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들과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한 노모는 걱정스런 눈길로 TV를 바라보며 “오늘 총 스무 테이블을 팔았다”며 “영업제한이 9시로 되돌아가면 아무래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가게에는 이 시각까지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노모는 “기존 2.5단계였다면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인근 식당들도 비록 1시간 연장이지만 2.5단계 당시 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신촌 연세로 근처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고모 씨는 “손님들이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가니 아무래도 주문이 늘었다”며 “1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연말 타격이 커 올해는 죽기살기로 매출을 내야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반면 1시간 연장에 따른 매출 회복 효과가 미미하다며 ‘자포자기’ 상태인 곳도 많았다. 주로 심야시간 매출이 높은 주점 등이었다. 세브란스 병원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밤 12시가 아닌 정도에야 1시간 연장은 크게 의미가 없고,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만 더 나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식당들의 점심시간인데, 한적한 저녁만 제한해선 의미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이라는 ‘땜질식’ 처방을 내놓을 것이 아닌 손실보상이나 임대료, 공과금 지원 등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젠 사실상 방역 단계를 내려도 매출이 회복하려면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우려다. 이씨는 “영업제한 시간을 밤 9시로 할지, 10시로 할지 고무줄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영업 제한으로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이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감염병예방법에 자영업자의 재산권 제한만 있고 손실보상 규정이 없다는 것은 헌법에 명백히 배치된다는 주장이었다. 사실상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언제든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다.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다음 주부터 적용할 거리두기 조정안을 확정해 26일 발표할 예정이다. 현 거리두기 조치는 오는 28일 종료된다. 설날 이후 다시 증가세인 확진자 숫자를 잡으려면 방역의 고삐를 더 죄어야 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와 사회적 피로도를 고려하면 단계 격상은 물론 현 단계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현 상황을 언제든 재확산이 가능한 '정체기'로 보고 향후 전망까지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4일 관련 브리핑에서 "최근 한 달간은 '정체기'로 확진자가 뚜렷하게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 상황"이라면서 "감소세로 돌아서게 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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