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졸업앨범 관련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래 대상이 된 졸업앨범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범위가 넓다. 졸업 년도 역시 다양하다. 1만원에 졸업앨범을 내놓은 이가 있는가 하면, 50만원에 한 여고의 졸업앨범을 구하는 사람이 있는 등 편차가 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유명 연예인이 졸업한 학교의 앨범을 판다는 글이 논란이 됐다. 판매자는 졸업앨범 희망 거래 가격으로 1001원을 기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웃돈에 거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 판매자는 한 네티즌의 문의에 “105만원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연예인의 초중고교 졸업 앨범을 모두 구한다는 글을 올린 네티즌은 “가격은 선제시해달라. 얼마든지 상관없다”면서 높은 가격에도 거래할 용의가 있음을 알렸다.
졸업앨범을 사고 파는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졸업앨범에는 교사와 졸업생 전체의 얼굴과 이름처럼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타인의 민감한 개인 정보 거래가 위법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학폭 허위 폭로에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지난달 초 여자 프로배구단 쌍둥이 자매가 학폭 가해자라며 한 피해자가 폭로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학폭 폭로는 분야를 막론하고 확산 중이다. 폭로는 주로 온라인상에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졸업 앨범은 주장에 신빙성을 더한다. 그러나 졸업앨범이 돈을 주고 구할 수 있다면 허위 폭로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요즘 같은 시기에 졸업앨범을 비싼 값에 구하는 의도가 의심된다” “졸업앨범 105만원에 파는 동창이나 사는 사람이나 다 같은 사람들이다” “졸업앨범이 언제부터 사고파는 물건이 됐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졸업앨범 거래가 실제 학폭 피해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졸업앨범 인증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됐다. 용기내 폭로한 학폭 피해자가 더 의심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교사도 졸업앨범 악용을 두려워한다. 지난해 4월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전국 교사 8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졸업앨범 관련 설문지에서 교사 51.6%가 “졸업 앨범 대신 졸업을 추억하는 다른 방안 모색”에 찬성했다. 당시 조사에서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전체 사진이 앨범에 들어가는 학교는 78.6%로 집계됐다. 졸업반 담임교사 사진만 들어가는 경우 16%, 희망하는 교사 사진이 들어가는 경우는 3.2%였다.
졸업앨범에 실리는 교사 사진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예 싣지 말자는 논의는 지난해 본격화됐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 강모씨가 고교 담임교사를 스토킹하고 자녀 살해를 모의한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졸업앨범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공개된 자료라고 보기 어려운 점, 타인의 접근이 제한되어있다는 점, 정보 제공자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 점을 고려했을 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졸업앨범에 주소, 전화번호까지 기재됐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름과 얼굴 수준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경주 교사노조연맹 정책기획1국장은 “예전에는 교사, 학생 모두 예외 없이 다 사진을 찍는 분위기였다. 최근 본인 의사를 가장 중요시 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예전 문화를 계속 답습할 필요는 없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를 합성) 등 악용 가능성을 고려해 전 학급이 아닌 자기 학급 정도만 들어가는 축소된 형태의 졸업앨범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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