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2일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이를 두고 이 대표 스스로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간 풀이가 전혀 달랐다.
이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대표 퇴임사를 올렸다. 퇴임사에서 이 대표는 “작년 8월 29일 대표에 선출된지 192일 만에 대표에서 물러난다”며 “그동안 부족한 저를 격려해주시고 걱정해주신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땠다.
이어 7개월이 채 못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총 480건의 안건을 통과 시키는 등 많은 일이 있었고, 이뤄냈다고 자신의 성과를 상세히 기술했다. 특히 “수십년동안 역대 정부가, 특히 민주당 정부마저 하지 못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개혁,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노동존중사회로 가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고, 지방의 자율성을 높이는 지방자치법도 32년 만에 전부개정 했다. 제주 4.3특별법을 사건 73년 만에 배·보상의 근거규정을 두도록 전면개정 했고, 5.18관련 3법도 의결해 역사의 정의를 세웠다”면서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빛나는 성과의 영광은 원내대표단과 동료의원, 국민과 당원에게도 돌렸다. 그는 “김태년 원내대표 등 원내대표단과 동료의원님들의 합심 협력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선택으로 민주당이 작년 총선거에서 압도적 의석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고 있는 것도 소중한 성과라고 평했다. 당정청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코로나19 국난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 진단과 방역에서 세계의 칭찬을 받았고, 치료와 예방도 순조롭게 진행된 점, OECD 최상위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GDP규모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것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나아가 대권을 겨냥한 내심도 은연중에 내비쳤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 일하는 동안에 부족함도 많이 확인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그만큼 성숙했다. 당대표의 경험도 그것이 잘됐건 잘못됐건 향후 제 인생에 크나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의 너그러운 자평과 달리 국민의힘은 떠나는 이에게 통상적으로는 전하지 않던 혹평을 쏟아냈다.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의 퇴임사가 공개된 직후 논평을 통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지난 192일은 말 그대로 길을 잃은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더불어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코로나19 속에서,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 대표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철저히 국민 편에 서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길을 잃고 헤매던 이 대표가 종국에 택한 것은 국민이 아닌 친문(文) 지지층이었다”며 “지난 192일간 집권여당 대표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남겨놓은 과오들은 분명코 역사와 국민들께서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표로 재직하며 헌정사상 초유의 ‘비례꼼수정당’의 탄생을 묵인했고, 정권실패와 폭정에 대한 쓴소리를 묵살했으며, ‘우분투’의 핵심인 협치를 외치고는 협치의 싹을 자르고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2대 도시 시장이 성폭력사건의 가해자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서도 냉정한 자기비판이 아닌 옹호와 변명으로 일관한 모습,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폭주를 막기는커녕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언행, 탈원전 조작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에 대응하는 행태 등을 꼽으며 “이 대표는 국민을 대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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