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1년 6개월의 산고 끝에 타결됐다. 역대 최대 규모 인상이다. 이에 협상결과를 두고 여·야나 여론이 또 다시 양극단으로 갈렸다. 국회에서의 동의절차 또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0일 외교부에 따르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다년차 협상결과,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1조1833억원이며, 인상률은 13.9%다. 이후 2025년까지 매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해 인상된다. 내년의 경우 올해 국방비 증가율 5.4%가 반영돼 1조2472억원에 이른다.
통상적인 국방비 증가율이 5~6%대였던 점을 반영하면 2025년 방위비 규모는 1조500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협상 초 500% 인상을 요구한 후 최종안으로 제시한 ‘50% 증액’과 큰 차이가 없는 결과다.
미 국무부 역시 10일(현지시간)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타결안은 2004년 이래 분담금 인상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미국과 한국 모두 우리의 동맹에 부여한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6년간의 분담금 규모가 70억달러(7조9000억원)를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며 “공정하고 균형 잡힌 비용 분담이자 한국 측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기여”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외교부는 “한미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번영의 핵심 축으로서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양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주요 동맹 현안을 조기에 원만하게 해소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의 건재를 과시했다”고 총평했다.
청와대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 ‘동맹이 돌아왔다(Alliance is back)’, ‘외교가 돌아왔다(Diplomacy is back)’고 한다. 한미동맹의 복원조치를 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속적이고 과도한 압박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가 원칙에 입각해서 끈기 있게 대응을 해서 합리적인 분담액에 합의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는 반발했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협상지연에 따라 대거 무급휴직을 하게 돼 고용과 생계 안정성을 위협받았던 만큼 협상이 이뤄진 점에는 환영하지만, 그 결과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한·미관계 순항의 돛이 될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타결을 우선 환영한다. 하지만, 정부의 참기 힘든 무능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0%, ‘미친’ 상승률”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때는 4.4%, 박근혜 정부 때도 14.4% 증액에 그쳤었다. 일본은 올해 1.2%만 인상했다. 지난 5년간 분담금 인상률은 연평균 1%”라면서 “이번 협상 타결로 지난해 약 1조원의 분담금이 4년 후인 2025년에는 약 1조5천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되는 증액기준도 문제삼았다. 배 대변인은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국방비 증가율(6.1%)과 연동한단다. 그런데 우리 국방비가 올라 방위 역량이 커지면, 주한 미군의 몫은 줄어드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했다.
아울러 “협상결과 늘어나는 5000억원은 바로 국민혈세”라며 “우리 측 수석대표의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 수준’이라는 자평에 할 말을 잃는다. 혹시 미국과의 혈맹관계를 소홀히 한 결과는 아닌지, 이렇게 내줄 수밖에 없는 다른 사정이 있는지 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측위의 비난강도는 이보다 강했다. 이들은 1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주한미군주둔비분담(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미국의 막무가내 요구에 굴복한 최대 규모의 인상, 최장기간, 투명성 미확보 등 최악의 굴욕 협상”이라고 혹평했다.
나아가 “정부는 굴욕적인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을 전면무효화해야 하며 즉각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국회는 굴욕 협상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하며 관련 비준 동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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