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 안 되는 학폭·체폭… 부족한 건 처벌 or 교육?

근절 안 되는 학폭·체폭… 부족한 건 처벌 or 교육?

[정치인-MZ세대 간담] MZ “처벌 약해” vs 기성세대 “환경 개선”
폭력행위 만연 바탕에도 사회의 ‘공정’과 ‘정의’ 문제 대두돼

기사승인 2021-03-12 18:23:44
사진=정치인-MZ세대 기자들의 화상간담회 화면 갈무리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최근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학폭) 사실이 알려진 후 1달 새 운동선수·연기자·개그맨·아이돌·가수에 이르기까지 학창시절 잘못된 행동이 속속 밝혀지며 학폭문제와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문화(체폭)가 다시금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쿠키뉴스는 11일 오후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이자 기성세대들과 소통방식부터 인식과 행동 등 많은 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MZ세대 기자들과 여·야 정치인이 한 공간에서 학교와 체육계 내 폭력행위의 근절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치인과 MZ세대 기자들의 화상간담회’에는 30여명의 MZ세대 기자들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실화 속 주인공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내 청년기구인 ‘청년의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자칭 ‘청년문제 해결사’ 황보승희 의원이 함께 했다.

2시간여 진행된 간담은 임 의원과 황보 의원의 ‘체육계 폭력’과 ‘학교 폭력’의 경험에서부터 시작됐다. 

임 의원은 과거 핸드볼선수 시절을 떠올리며 “과거에는 선배의 괴롭힘, 지도자의 폭행을 많이 당했고,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땠다. 이어 성과위주, 승리지향 사회문화의 문제점과 체육계의 특수성, 이를 반영한 개선을 말 그대로 토해냈다.

황보 의원은 사격선수로 학창시절을 보낸 사촌 여동생을 지켜본 가족 입장에서 학폭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스런 심정을 전했다. 나아가 법·제도의 사각을 최소화하고, 청소년들·운동선수들이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왼쪽부터) 화상간담회에서 개인적 경험과 소신을 밝힌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정치인-MZ세대 기자들의 화상간담회 화면 갈무리

요약하면, 두 의원은 ▲‘메달’로 대변되는 성과를 요구하면서도 성과지상주의에 따른 폭행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기성세대 ▲그 같은 성과로 자신의 연봉과 삶이 좌우되는 운동선수들의 현실 ▲‘폭력’이라는 직접적이고 손쉬운 수단을 선택해 문제 또는 원하는 바를 해결하고 얻으려는 잘못된 인식과 나약함을 근원적 문제로 공통되게 꼽았다.

이어 “폭력은 사라져야한다. 용납될 수 없는 수단”이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방법론에서도 진보·보수라는 정치적 이념적 배경을 떠나 ▲지도자나 교사, 가해·피해·방관 학생을 비롯해 직·간접적 교육·지도현장 구성원 전체에 대한 인식개선 ▲학생 특성에 맞는 정규·특수 교육의 현실화 ▲폭력에 대한 수용 가능한 처벌과 예방을 위한 규제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의원은 그 일환으로 관련 법안들을 검토하거나 이미 국회에 발의한 경우들도 소개했다. 임 의원의 경우 학생선수들의 학내 폭력 예방과 사후조치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만약 두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장은 학생선수의 폭행 등 학폭을 방지하기 위한 현장점검 및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예방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한다. 또 학폭 관련 조치사항이 결정될 경우 학교장은 교육감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해야한다. 아울러 징계 관련 사항은 선수와의 계약시 투명하게 확인이 가능해진다.

황보 의원은 “모든 폭력을 막자”는 의지를 담아 아동학대 근절과 피해자의 분리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의 폭력을 인지하고 사건을 전담할 수 있도록, 보육교사와 학교전담경찰(SPO)을 확충하고 이들의 권한을 강화해 예방과 안전적 기능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모니터링과 신고시스템 강화를 통한 제도적인 보완책도 담았다. 여기에 ‘학교폭력예방법’ 등의 개정안도 제출해 온라인 등 정보통신기기를 통한 괴롭힘 등 정신적 폭력에 대한 방안도 제안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실질적 ‘분리’를 통해 2차 가해나 보복, 정서적 불안 등에서 좀 더 안전할 수 있도록 분리기준을 기존 100m에서 10㎞로 늘리는 등의 안도 내놨다.

사진=쿠키뉴스DB

하지만 이들 법안이나 방향이 학폭을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MZ세대들의 반응이 많았다. 한양대학교 학보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대학생 박현우 기자는 예전 한 설문조사에서 1020세대가 꼽은 학폭이유 1위가 ‘처벌강도가 낮다’인데 반해 학부모세대의 1위는 ‘미디어의 영향’이라는 엇갈린 조사결과를 제시하며 “처벌의 강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나 경찰, 검찰 등 사회에 제보를 해도 가해학생들이 적절하게 처벌을 못 받으니 보복을 당하고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것이 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들을 끌어내림으로써 부족한 처벌을 사회적으로 맞춰가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며 “잘못으로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만큼 처벌강도가 올라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외에도 미디어에서 단골메뉴처럼 나오는 학교 내 위계에 의한 폭력이나 학생 사이에서 이뤄지는 폭력행위 등이 폭력을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용인하는 문제, 폭력의 음성화와 교묘해지는 경향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촉법소년의 연령기준 하향 등을 통해 양형의 형평성과 처벌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두 의원들은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황보 의원은 “무조건 법이라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인지는 의문이다. 촉법소년의 연령기준 하향도 적극 검토해야하고 일단 찬성하지만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점들이 있다”고 보완적 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르웨이의 교육처럼 사건이 벌어질 경우 강한 처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공론화하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건을 방조한 주변 학생들, 학부모와 교사들까지 행위에 대한 진단과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며 많은 고민을 통해 법이나 제도 보완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의원도 “과거형이라도 피해자의 고통은 충분히 보상받고 치유돼야한다”며 “처벌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처벌은 쉬운 방법일 수 있다. 무조건 안 된다는 것보다 긍정적인 변화와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나 교육,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 내 생활스포츠를 활성화시켜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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