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수상 불발에도…BTS는 BTS다

그래미 수상 불발에도…BTS는 BTS다

기사승인 2021-03-15 14:08:06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여한 그룹 방탄소년단.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아쉬움은 남지만 가능성은 봤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수상 불발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비록 트로피를 손에 쥐지는 못했지만, K팝 역사엔 ‘그래미 후보 지명’ ‘그래미 단독 공연’이라는 새로운 기록이 쓰였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14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수상작으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함께 부른 ‘레인 온 미’(Rain on me)를 호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다이너마이트’로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의 후보 지명이었다. ‘다이너마이트’는 공개 당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1위로 데뷔했고, 이후 현재까지도 28주 연속 50위권에 들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최근 발표한 ‘2020 글로벌 디지털 싱글 차트’에선 10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후보 지명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입을 모은다. 음악전문 웹진 이즘(IZM)의 편집장인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오른 보이밴드는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세 팀뿐이고, 수상한 사례는 아예 없었다”며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대단한 성과”라고 봤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도 “그래미는 보이밴드보다는 싱어송라이터를 우위에 두는 편”이라며 “엔싱크·백스트리트보이즈·원디렉션 등 인기 보이밴드들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서 수상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외국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지명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짚었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퍼포먼스’를 수상한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경쟁작도 워낙 강했다. 트로피를 가져간 ‘레인 온 미’는 지난해 5월 공개 직후 빌보드 핫100에서 정상을 차지했고, 빌보드 스태프가 꼽은 2020년 최고의 노래에 오르는 등 대중성과 음악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정 평론가는 “‘레인 온 미’는 레이디 가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노래한다”며 “여기에 아리아나 그란데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여성 연대’ ‘여성 임파워먼트’라는 의미까지 더한 훌륭한 곡”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세계 음악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 평론가는 “그래미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수 허의 ‘아이 캔트 브리드’(I Can’t Breathe)에 ‘송 오브 더 이어’를 수여하는 등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보이밴드의 노래도 음악성이 검증되고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충분히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평론가도 “방탄소년단이 꾸준히 커리어를 이어가면 다음 시상식, 다음 단계의 결과를 더욱 기대할 만하다. 그래미를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9년 시상자로 선정돼 그래미 무대를 처음 밟은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래퍼 릴 나스 엑스의 공연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 그래미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이며 꿈을 이뤘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호텔에서 사전에 촬영한 ‘다이너마이트’ 공연은 이날 그래미 어워드를 통해 미국 전역에 송출됐다. 멤버들은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 공연까지 펼쳐 매우 영광스럽다.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코딩 아카데미 트위터 캡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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