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시군구별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많게는 35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광역시 서구의 경우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가 35.6명이었으나 충청북도 증평군은 0.1명에 불과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간호통계연보’를 16일 발간했다. 이번 통계집은 13년 만에 재발간한 것으로 OECD의 간호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함께 수록해 간호 관련 현황을 외국과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연보에 따르면, 20018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OECD 평균(8.9명) 절반 수준도 안 되는 3.8명에 불과하다.
시도별로 보면,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광주광역시로 6.0명이었고, 충청남도가 2.7명으로 가장 적었다. 충청북도(2.9명), 경기도(3.0명), 경상북도(3.6명), 울산광역시(4.0명)는 전국 평균인 4.2명을 밑돌았다.
시군구별로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수가 1명이 채 안 되는 지역은 9곳이나 됐다. 충청북도 증평군은 0.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증평군에는 병원 1곳, 요양병원 1곳, 의원급 39곳 등 모두 41곳의 의료기관이 있는데, 간호사는 병원과 요양병원에 각각 3명과 2명이 있고, 의원급에는 1명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기도 과천시(0.3명), 강원도 인제군(0.6명), 경기도 하남시·충청남도 계룡시(0.7명), 부산광역시 강서구(0.8명), 강원도 횡성군·고성군·충청남도 예산군(0.9명)도 1명이 안됐다.
반면 부산광역시 서구는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가 35.6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특별시 종로구(24.7명), 대구광역시 중구(24.4명), 광주광역시 동구(22.8명)도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가 20명을 넘어 전국 평균인 4.2명을 크게 웃돌았다.
지역 간 간호사 격차가 큰 것은 대도시에 대형병원이 있는데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임금격차도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9년 기준 충청남도는 15개 간호대학에서 1264명이, 충청북도에서는 13개 간호대학에서 1012명의 졸업생이 배출됐고, 인구 10만 명 당 간호대학 졸업생 수도 충남은 52.3명, 충북은 57.3명으로 전국 평균인 42.9명보다 많다. 하지만 충청남도는 졸업생의 80%, 충청북도는 75%가 외지로 떠나 지역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간호사는 손을 꼽을 정도였다. 간호대학 80%는 지방에 위치해 졸업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에 남는 간호사가 적어 간호대학 신증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간호사보다 임금이 싼 간호조무사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증평군 관계자는 “동네의원 대부분이 간호조무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제군에도 병원 1곳, 의원급 15곳 등 모두 16곳의 의료기관이 있지만 간호사는 병원에 1명과 의원급에 2명이 전부였다. 이로 인해 농어촌지역 주민의 경우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이번 통계집을 통해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지역별 격차와 함께 국제 수준과 비교했을 때의 확연한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의료기관들이 법적 인력 준수를 통해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를 늘릴 수 있는 법적 의무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간호사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등을 통해 숙련된 간호사가 떠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숙련된 간호사가 많을수록 국민건강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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