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전방위적인 협력을 공식 선언하고,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동맹을 맺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등 양사의 주요 관계자들은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나 커머스·물류·멤버십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이번 사업 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로 재탄생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이용 고객수는 신세계그룹 2000만명, 네이버 5400만명에 달한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45만명에 달하는 판매자수를 확보하고, 전국에 7300여 개의 오프라인 거점 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사는 2500억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마트 1500억원, 신세계백화점 1000억원 규모로 네이버와의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사는 이외에도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유통, 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AI기술 등이 결합해 고객들은 물론 중소 셀러 등 파트너들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의 배경엔 쿠팡의 미국 상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한다. 쿠팡은 이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약 4조64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금 쿠팡의 공세가 예상되면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참가했다. 이마트를 주체로 입찰에 참여한 신세계 외에도 롯데그룹, SKT, MBK파트너스 등도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0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161조원을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비중은 12% 정도다. 어느 기업이든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빅3’로 도약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인수 자문사까지 정해두며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쓱닷컴의 오픈마켓 사업 진출을 미루고 있는 것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쿠팡을 확실히 견제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1위인 네이버와의도 동맹을 맺은 만큼 연합 공격도 가능해진다.
다만 아직 신세계그룹의 본입찰 참가 여부는 미지수다. 단순히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노하우를 엿보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비입찰은 본입찰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매수 대상의 경영 지표를 들여다보는 단계다.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신세계 그룹으로선 예비입찰 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을 본 셈이 된다.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은 오는 5~6월 진행될 예정이다. 네이버와 동맹을 맺은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품는다면 시장 판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의 시너지도 적지 않을 것이고, 여기가 이베이코리아까지 신세계그룹이 가져간다면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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