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케치] 안철수 토론회 공포증 극복?… 웃음‧유머 가득했던 현장

[쿠키 스케치] 안철수 토론회 공포증 극복?… 웃음‧유머 가득했던 현장

우려와 달리 토론회 내내 안정적...청년 위한 정책 없어 아쉬움

기사승인 2021-03-17 19:33:21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가 17일 방송회관에서 주최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의 모습. 첫 주인공은 안철수 후보였다. 사진=김은빈 인턴기자

[목동=쿠키뉴스 최기창 기자‧김은빈 인턴기자] 그동안 토론회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사뭇 달랐다. 웃음과 유머로 주도권을 쥔 채 시종일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날 미래세대를 위한 약속은 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가 17일 서울에 위치한 방송회관에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여야 유력 주자들이 초대를 받은 가운데 첫 주인공은 안 후보였다.

이번 토론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손 소독과 체온 측정, QR코드 인증 등 방역을 철저히 지키며 진행했다. 

사회자였던 김현정 CBS라디오 PD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후 패널로 참석한 기자와 PD가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 주인공인 안 후보는 토론회 시작 약 10분 전에 도착했다. 미소를 가득 머금고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그는 패널들과 주먹악수를 나눴다. 안 후보가 실수로 김 PD를 보지 못한 채 자리로 향했지만 이내 곧 웃으며 다시 인사했다. 

안 후보가 패널로 참석한 기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은빈 인턴기자

이후 안 후보는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모두발언 내용이 담긴 인쇄물을 읽었다. 그동안 ‘토론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을 의식한 듯 토론회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리허설 내내 기자들에게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인쇄물을 읽으면서도 “지금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고 유머를 던졌다. 이후 문 닫힌 토론회장을 둘러본 뒤 투명 칸막이를 지적하며 “이것은 효과가 없다. 환기가 중요한데…”라고 아쉬워했다. 

사회자가 “전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TV 토론회가 있었는데 피곤하지 않냐”는 걱정 섞인 질문을 던졌을 때도 “어제도 피로가 남지 않았다. 더 할 것 그랬다. 나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 밤샘 토론도 괜찮다. 난 그래서 토론을 오래 해야 진가가 나온다”며 웃음과 함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토론회 생중계 시작 30초 전입니다.”

사인이 들어오자 그는 입운동을 하면서 토론을 준비했다. 이후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안 후보는 야권 개편, 일자리, 주거, 코로나19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안 후보의 모습. 사진=김은빈 인턴기자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한 듯했다. 패널들과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특히 서울시장 출마선언 이후에도 지방행정과는 동떨어진 정치공학적 발언이 많다는 지적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에도 유연하게 넘어갔다. 

심지어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 씨 관련 논란에는 “아내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사모님의 이름이 같다. 김 위원장의 아내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많이 퍼져있다. 그분과 착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마치 미리 준비해온 듯 당황하지 않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다만 현장 분위기는 순간 냉랭해졌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던 안 후보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관련 정책에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열심히 추진한 ‘탄소중립2030’에 관해서는 “비전문적인 발상이다. 대책은 여러 가지인데 정부가 발전소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제지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는 “시간을 더 달라”며 설명을 이어가는 모습도 있었다. 

안 후보가 토론회 시작전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은빈 인턴기자

이후 그는 “밤샘토론하면 좋겠다. 저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 자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무리발언이 끝나고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도 안 후보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자리를 일어나면서 “대선토론도 아닌데 주제가 너무 넓었다”며 “원전얘기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물어보셨다. 다음 일정이 강남에서 있다”며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1시간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현안에 관해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한 청년에 대한 공약은 이 자리에서 밝히지 않았다. ‘미래세대’를 위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정작 청년을 위한 약속은 언급하지 않았다. 

범야권 단일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토론회 공포증’을 극복한 듯한 그가 다음 토론회에서는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자신감 있게 내세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mobydic@kukinews.com
최기창 기자,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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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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