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본 식자재인 파·달걀 등이 가격 급등으로 밥상 물가를 위협하면서 직접 집에서 식자재를 키워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위 '파테크(파+재테크)' '쪽파코인(쪽파+비트코인)' '반려버섯(반려생물+버섯)'이라고 불리는 '시티파머(City Farmer)'들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다.
이는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등장하던 소재다. 특히 요즘같이 팍팍한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집에서 해결 할 수 있는 건 집에서"라며 입을 모은다.
◇金값된 대파…"비싸면 키워 먹는다"
치솟는 기본 식자재값은 시티파머를 늘렸다. 장보기가 겁날 정도로 치솟는 물가에 많은 사람들이 채소를 비롯한 식자재 구매를 최소로 줄였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팍팍해진 가계살림에 물가까지 오르자 주부들 사이에선 "차라리 반찬 가게에서 사먹는게 더 저렴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0(2015년=100)으로 작년 동월 대비 1.1% 올랐다.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은 16.2% 오르며 2011년 2월(17.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농산물은 1년 전보다 21.3% 올랐다. 2011년 1월(24.0%)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이달 초 백화점 등에서 1만원을 넘겼던 대파 한 단 가격은 국내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장바구니에 담기 부담스럽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사이트(KAMIS)에 따르면 18일 기준 대파(1㎏) 평균 가격은 4332원이다. 1076원이었던 1년 전보다 약 4배나 올랐다. 현재 대형마트몰에서는 대파 한 단이 5000~7000원 수준에 판매 중이다.
'금(金)파' 등장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파테크' '대파코인' 붐이 일었다. 대파 줄기만 쓰고 뿌리 부분은 화분이나 물컵에 담아 어느 정도 자라면 몇 번은 더 식자재로 쓸 수 있다는 알뜰 정보가 주목받았다.
20대 주부 임모씨는 "2인 가구이다보니 파 한 단을 사면 다 못 먹고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요즘같이 대파가 비쌀 때 특히 너무 아까운데 이렇게 직접 집에서 키우니 필요한 만큼 잘라서 먹을 수 있고 생활비도 아낄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실제 임씨와 같이 생활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파, 콩나물, 상추, 버섯, 고추, 허브 등을 키우는 주부들이 많다.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와 재테크 관련 카페에는 이같은 홈파밍(Homefarming)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치솟는 대파 가격을 두고 주식시장에 빗대어 유머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대파가 너무 비싸지만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고점에서 사온 후 무상증자 중이다"라며 여러 물컵에 나눠 수경재배 중인 대파 사진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도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대파 사진과 함께 "대파코인 떡상(가격급등) 중"이라고 표현했다.
◇코로나로 집콕…반려동물 아닌 '반려채소' '반려버섯'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는 것도 시티파머가 늘어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처럼 반려채소(반려대파 또는 반려상추 등), 반려버섯 등을 곁에 두고 기르는 것이다.
반려채소를 기르는 효과는 반려식물과 비슷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힐링템이다.
더욱이 반려동물에 비해 훨씬 손이 덜 가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 정도 자라면 식탁에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식탁 물가에 관심이 많은 주부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반려채소에 정을 들이기 시작한 이유다.
인스타그램에서 대파 키우기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육아스타그램, 멍스타그램, 냥스타그램처럼 재배 중인 대파의 모습을 자랑하듯 많은 사람이 인증 사진과 영상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30대 이모씨는 "집콕 중 심심해서 대파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SNS에 올리니 반응이 너무 좋았다"라면서 "키우기도 쉽고 자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김모씨는 "작년에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이 애완 콩나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집에서 콩나물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재밌어하고 신기해했다"면서 "파테크 겸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대파 키우기에 도전했는데 자란 모습을 볼 때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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