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된 가운데 각 당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동안 여야 모두 ‘단일화’라는 정치 공학적 계산속에 주판알을 튕겨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보궐선거에 사회적 약자가 없다고 비판한다. 특히 핵심으로 평가받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광역자치단체장의 성폭력으로 인해 치러지는 것을 고려하면 각 후보들의 ‘사회적 약자 감수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측은 지난 18일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이 캠프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세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한 뒤 2차 가해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결국 ‘늦장 사과’라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안철수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성 소수자 혐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안 후보가 공개 석상에서 ‘퀴어 축제 광화문 집회 반대’를 주장한 탓이다. 오 후보 역시 안 후보와의 토론회에서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주요 후보들이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는 원칙에 침묵하고 있다”며 “안 후보는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퀴어문화축제를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오 후보는 이에 동조했다. 박 후보 역시 구체적인 성 소수자 인권 의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 없이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 역시 “대부분의 장애인 정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임기가 너무 짧다”며 “후보들의 약속이 실질적인 정책 마련으로 이어질 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물론 서울시장 후보들은 저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선보인 바 있다.
박 후보는 우선 성폭력 피해자들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젠더 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센터 지원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특히 ▲불법촬영 방지를 위한 공공화장실 점검 확대 ▲여성 혐오 범죄예방을 위한 서울시 캠페인 연중 실시 ▲젠더폭력 피해여성들의 심신 안정과 사회복귀를 위한 상담지원 프로그램 24시간 운영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증설 ▲여성권익담당관과 별개로 여성폭력예방팀 신설 ▲24개 성폭력 피해 지원기관의 컨트롤 타워 신설 등을 제시했다.
오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남녀 공용화장실 완전 분리 추진 ▲여성 1인 가구 안심패키지 지원 ▲서울시 산하 종합학대예방센터 설립 등 여성 분야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 역시 지난 19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시’를 주제로 재난시대를 맞아 장애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장애인 탈시설권리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뇌병변장애인 의사소통권리 보장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보장 ▲장애여성권리 보장 등 장애인 관련 현안이 대부분 포함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후보들이 조금 더 지속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자연스레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지개행동 측은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동성 부부를 비롯한 다양한 가족들의 권리 보장, 퀴어문화축제 등 성 소수자 행사에 대한 차별방지 및 지원 등의 정책은 법령이 아니라 정책을 통해 바로 구현할 수 있다”며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성 소수자들의 삶’을 강조했다.
장애인단체 측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장애인 정책이 비장애인 공무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모호한 경우가 많다”며 “개방형 직위를 통해 역량 있는 장애인이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들을 단순히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긴 호흡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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