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다퉈 내놓은 ‘서울시 청년 주거 공약’… 20‧30은 여전히 ‘물음표’

앞 다퉈 내놓은 ‘서울시 청년 주거 공약’… 20‧30은 여전히 ‘물음표’

박영선 ‘출발자산’ vs 오세훈 ‘월세지원’ vs 안철수 ‘임대주택 확대’
20‧30대 “단일화 피로도 커… 눈에 띄지 않는 청년공약”

기사승인 2021-03-20 14:01:02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청년주택 임대인 갑질 방치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은빈 인턴기자 =‘부동산 이슈’가 서울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보궐선거 후보들이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20‧30대들은 허울만 좋은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주택 ‘달팽이집’에서 청년활동가네트워크와 간담회를 갖고 “주거 사각지대 중에 청년 사각지대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청년출발자산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가 공약한 ‘청년출발자산’은 19~29세 청년에게 한 번에 한해 최대 5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는 구상이다. 수혜를 받은 청년은 30세부터 10년간 원금만 갚으면 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월세 지원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서울시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만19~39세) 1인 가구에 월 20만원씩 10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을 내걸었다. 또 기존의 청년매입임대사업을 연간 1000호에서 2000호로, 2배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오 후보는 지난달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들어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기고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청년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꿈꾸고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오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내놨다. 안 후보는 지난 1월 국회에서 “향후 5년간 주택 총 74만6000호 공급이 목표"라며 "청년 주택바우처제도와 보증금 프리제도를 도입하고 청년임대주택 10만호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 19일 후보 등록일에도 청년 주거 안정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저희 세대만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면 취업할 수 있고 집도 장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기는커녕 공정과 정의가 상실된 나라를 만들었다”며 “청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돼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 청년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에 관해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들은 후보들이 내세운 청년 정책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쟁에 밀려 공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청년주택 달팽이집에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 청활넷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초구에 사는 한 청년(25)은 오 후보의 월세 지원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2021 청년월세지원’ 정책을 지난달 24일 발표 후 지난 12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기준중위소득 120%이하에 해당하는 만19~39세 이하 청년 1인가구에게 월 20만원 이내에서 최대 10개월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지금 서울시가 하고 있는 정책과 다른 점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한 시민(31)도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단일화에 대한 피로도가 큰 탓인지 청년 공약은 눈에 띄지 않았다”며 “세 후보의 공약은 좋아 보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들은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되더라도 혜택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악구에 사는 한 시민(25)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청년 정책이 많이 나왔지만 공약을 위한 공약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주거 관련 공약은 자격요건이 타이트해 수혜를 받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특히 오 후보와 안 후보가 공약한 청년임대주택은 수혜자가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 영등포구 청년임대주택에 사는 한 시민(24)은 “임대주택에 입주할 때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청년들이 혜택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임대주택만 늘린다는 발상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라며 “청년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보다 일반 주택에도 청년들이 살 수 있게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청년들은 부동산 소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에 대한 문제제기 보다는 임대주택이라는 작은 파이를 던져준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고 질타했다.

청년들은 부동산값 폭등을 잠재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금천구에 사는 한 시민(29)은 “서울시 집값이 폭등했는데 후보들의 공약은 후속조치에 불과하다. 대출이 아니라 집값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에 비해 조건 없는 대출을 내건 청년출발자산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물론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는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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