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설경구 “이준익 감독 현장 즐거워… 배우의 무기는 자신감”

[쿠키인터뷰] 설경구 “이준익 감독 현장 즐거워… 배우의 무기는 자신감”

기사승인 2021-03-31 07:00:03
사진=배우 설경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시작은 어느 영화제 시상식이었다. 배우 설경구는 시상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무대 위에서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대뜸 대본을 달라고 했다. 마침 이 감독은 대본을 쓰는 중이었다. 일주일 후 설경구가 받아 본 대본이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였다. 우연으로 시작해 인연이 된 설경구와 ‘자산어보’의 첫 만남이었다.

수염을 붙이고 갓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설경구는 20년이 넘도록 배우 활동을 했지만 영화 ‘자산어보‘가 첫 사극 도전이라 했다. 조금씩 미루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다고 했다.

“마음속에선 계속 ‘사극을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어요. 해가 갈수록 조급해지긴 했죠. ‘자산어보’를 찍으니까 지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흑백으로 된 사극 영화를 했으니까, 다음엔 그 시대 색감에 맞는 칼라 사극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요즘 색이 정말 화려해졌잖아요. 그러다보니 퓨전사극까지 나오고요. 그건 부담스러워요. 시대에 맞는 천과 색감이 은근하고 곱고 예쁠 것 같다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자산어보’는 흑백으로 된 포스터가 눈에 띈다. 단 세 장면을 제외하면 영화는 모두 흑백으로 제작됐다. 관객들에게 어둡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설경구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흑산도에 맞는 색감”이라며 “시사로 볼 때도 영화를 흑백으로 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흑백영화라고 특별히 신경 쓰고 의식해서 찍진 않았어요. 이준익 감독님이 촬영 전에 ‘흑백영화는 인물에 집중되니까 거짓말하거나 대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한마디를 툭 던져주셨죠. 촬영을 하면서 모니터를 봤을 때 흑백으로 안 보이더라고요.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다가왔고, 집중해서 매 장면을 찍으려고 했어요. 흑백영화라는 점이 강조되지만, 그 속에 묻어있는 진짜 색이 보인다는 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의 색이 흑백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각자 다양하게 색을 보는 것도 재밌는 것 같고, 그게 ‘자산어보’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섬에서 함께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은 유독 돈독하게 지냈다. 배우 숙소가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촬영이 없으면 마당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숲속에서 시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배우 변요한은 자신의 촬영이 없어도 현장에 남아 함께했다. 정약용 역할로 특별출연한 류승룡은 “이준익 감독 현장은 참 행복해”라고 했고, 최원영은 “이렇게 행복한 현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배우 설경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감독님과 함께하면 즐거워요. 배우들을 편하게 해주시거든요. 누군가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장점을 상당히 잘 포장해서 말씀해주세요. 전 배우의 무기는 연기력이 아니라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은 배우든 스태프든 항상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시는 분이에요. 길게 말씀도 안 하세요. ‘좋아, 좋아’ 혹은 ‘아주 좋아’라고 하시죠. 그러면서 원하는 말씀을 하시죠.”

‘자산어보’는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인 2019년 10월 촬영을 마친 영화다. 개봉이 미뤄지며 관객을 만나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로 관객수가 급감한 극장가 분위기와 흑백 사극이란 점은 영화에게 여러모로 불리하다. 설경구는 그저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최근에 오후 5시에 코엑스로 영화를 보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사람이 너무 없어서 충격을 받았죠. 7시에 집에 갈 때도 사람이 없더라고요. 솔직히 정말 무서웠어요. 코엑스는 영화 관객이 많은 극장이거든요. 어떻게 파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산어보’는 제목의 어감 때문에 어려워하실 수 있겠지만, 쉽게 보셔도 되는 영화예요. 영화에 나오는 민초들은 고단한 상황에서도 웃음과 정, 따뜻함을 보여줍니다. 두 시간 동안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안하게 힐링하다가 가시면 좋겠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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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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