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분위기가 조성돼 급물살을 탔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논의가 재·보궐선거 직후인 10일 전후로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10일까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처리를 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제정하겠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10일까지는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를 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이 있었고,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동의하는 방침”이라면서도 “야당의 소극적 태도 등의 이유로 무산되면 단독처리도 불사할 수 있다”고 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중앙선대위에서 “공직자가 투기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고 이해충돌방지법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핵심인 공정성 회복을 위해서도 법제정은 꼭 이뤄져야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합의처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공직자가 직무나 직무 중 얻은 정보 등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차단하는 법제정 취지에는 야당도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해충돌의 적용범위와 대상, 이해충돌 발생시 회피 또는 위반시 처벌범위 등에서 의견이 나뉜다.
국민의힘은 이해충돌방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는 포함시키는 것은 과잉규제라며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여기에 공직자와 가족의 범위를 어디에 둘지, 직무상 비밀을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로 봐야할지 등을 두고 여당과 충돌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등 유사법률과의 충돌 및 중복 가능성을 거론하며 통합검토 및 체계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지난 5차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충돌방지법은 빨리 제정돼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임대차3법이나 김영란법처럼 국민 실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법인만큼 꼼꼼하게 심사해서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당을 비롯해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열린민주당 등 소수정당들도 법 제정을 조속히 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여당이 제안한 법안이 미흡하다며 ‘보완’을 주장하고 있다. 오현주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이해충돌방지법, 부진정 소급 조항 필요하다”고 했다.
부진정 소급조항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LH사태로 촉발된 3기 신도시 투기사건의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투기이익을 몰수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오 대변인은 1일 브리핑을 통해서는 “민주당은 마냥 늦춰지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결기를 보여달라”고 독려했다.
한편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과 함께 8년 전인 2013년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총선을 직후 박덕흠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 일가의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이 불거지며 제정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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