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표 안줬다”… 20대, 사면론에 ‘부글부글’

“이럴거면 표 안줬다”… 20대, 사면론에 ‘부글부글’

국민의힘, 재보선 승리 2주 만에 이명박·박근혜 사면 주장
“선 넘었다” “민생 없고 사익만” 분노 잇따라… 20대 66.2% 사면 ‘반대’

기사승인 2021-04-23 06:00:02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왼쪽)와 박근혜씨.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큰 지지를 보냈던 20대에선 “공감할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는 4인방 모두 ‘빠른 사면’에 입을 모았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18일 “두 분을 하루빨리 사면하고 복권하는 게 맞다”고 했고 권성동 의원도 지난 19일 “사면은 빠를수록 좋다”고 힘을 보탰다. 

유의동 의원은 20일 “조속한 시일 내에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통합 등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문 대통령을 만나 사면을 직접 건의한 것. 지난 21일 오세훈·박형준 시장은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졌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 통합’을 언급하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오 시장도 같은 요구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의나 거절의 표현은 아니다”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해 사용해 온 만큼 개인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20대 다수가 “이러라고 투표한 게 아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이 강했던 청년층은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시장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방송 3사(KBS, MBC, SBS)가 7일 공동으로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20대의 지지는 오 시장 55.3%,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34.1%로 집계됐다.

오 시장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A씨(26·남)는 “믿었는데 달라진 게 없다. 보란 듯이 사면을 꺼내 들었다”며 “1년이라는 짧은 임기를 가진 시장들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게 그렇게 없었는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으로 민생이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사익만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2016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진=박태현 기자

현 20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에 가장 활발하게 참여한 세대 중 하나다. 기자가 만난 다수의 20대는 10대와 20대 초반을 보내면서 탄핵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는 경험을 밝혔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 언급된 ‘탄핵 부당론’은 20대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 중 한 명인 서병수 의원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사법처리돼 징역형에 벌금, 추징금을 낼 만큼의 범죄를 저질렀는지 보통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취업준비생 B씨(25·여)는 “상식 밖의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이 왜 광화문에 나갔는지, 탄핵을 지지한 이유가 뭔지 아직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국민이 만든 목소리를 우롱했다. 선거 승리에 취했는지 모르지만,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사면의 근거로 내세운 ‘국민 통합’에도 공감하지 못했다. C씨(23·여)는 “두 사람을 사면한다고 해서 어떻게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외려 국민의힘이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했다. D씨(25·남)도 “사면과 국민통합은 별개다. 주위 친구들도 다 사면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석방하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다. 대학생 E씨(23·여)는 “대통령 안 해본 사람은 억울해서 살겠나”라며 “‘대통령 예우’라는 말 자체가 특혜로 읽힌다. 국민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알앤써치(데일리안 의뢰)가 지난 19~20일 ‘8·15 광복절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반대’ 응답이 50.2%, ‘찬성’이 44.8%로 오차범위 밖(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자세한 사항은 알앤써치 홈페이지 참조) 격차를 보였다. 연령별로 40대(67.9%)와 18·19세를 포함한 20대(66.2%)에서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부정적인 의견은 국민의힘 내에도 직접 전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비대위원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20대·30대 지지자분들이 ‘다시 옛날 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 ‘이번에 한 번 믿고 투표를 해봤는데 역시나 당신들은 또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 등 쓴소리를 굉장히 많이 해주셨다”고 밝혔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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