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현대차그룹의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했다.
정 명예회장의 퇴진 행보는 이미 이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돼 왔다. 2014년 현대제철에 이어 2018년에는 현대건설 등기이사직을 차례로 내려놓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 선임과 함께 명예회장으로 추대돼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 등 주력회사 회장으로 취임하고 임원 인사나 대규모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총수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정 회장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공정위는 29일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의 의결권을 정 회장이 포괄적으로 행사하도록 위임해 정 회장이 사실상 최대 출자자”라며 “정 회장은 취임 후 1조원 규모 미국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와 그룹 계열사 간 합병, 기아차 사명 변경을 결정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동일인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가 열리면서 현대차그룹이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도 인공지능(AI) 신기술·신산업 출현, ESG라는 신경영 패러다임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동일인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몽구 명예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형태로 돼 있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 중인데, 이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로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4.68%의 지분이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마련된 실탄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이외에도 현대차(2.62%), 기아(1.74%),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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