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얼음·파괴된 숲에서 ‘코로나29·39·49’ 온다 

녹아내린 얼음·파괴된 숲에서 ‘코로나29·39·49’ 온다 

[그린뉴딜 탐색기] 기후위기로 증가한 모기 매개 감염병·고대 병원체 위협

기사승인 2021-04-30 03:00:02
<편집자주> 벚꽃, 전력수요, 장마. 함께 나열하기 어색한 단어들 사이에 '기록 경신'이라는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올해 서울의 벚꽃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빨리 피었습니다. 북극발 한파가 닥친 지난 1월 전국 최대전력수요는 처음으로 9000만KW를 넘겼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장마가 무려 54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기후변화 현상의 한가운데 놓인 우리는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됐을까요? 쿠키뉴스는 환경NGO 푸른아시아와 성공적인 그린뉴딜 계획을 찾아 나섭니다.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1년 이상 지속 중인 ‘with코로나’ 세상 속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기후변화에서 기인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지난해 우리 국민 1500명을 설문조사 결과, 66.7%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관련있다’고 답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신종 감염병이 10년 주기로 등장했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세계 보건을 위협했다. 과학계에서는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바이러스의 확산이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온 상승과 산림파괴가 문제의 실마리로 지목된다.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 현장. 사진=연합뉴스, 환경·재생 가능 천연자원 연구소(Ibama)

숲 잃은 야생동물, 인간과 마주쳐 감염병 초래

숲이 파괴되면서 곤충과 동물이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위험성이 높아졌다. 유엔환경계획(UNEP) 지난 1940년 이후 유행한 신종 전염병의 75%는 숲의 파괴로 인해 발생했다고 가디언지를 통해 발표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990년부터 최근까지 1억3000만 헥타르의 숲이 파괴된 것으로 파악했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6배에 달하는 산림이 해체된 것이다.

페루에서는 아마존 숲을 개발, 농토와 도로를 만들면서 말라리아 환자가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나무가 사라지자 햇볕이 지표면의 수온을 데워 모기 유충의 부화를 촉진시켰다.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자 숲 속의 야생동물들이 가진 바이러스들은 더욱 활발히 인간에게 옮겨졌다. 말라리아를 비롯해 지카바이러스, 뎅기열, 치쿤구니아, 황열 등은 모두 모기를 매개로 확산하는 감염병이다.

라이베리아, 기니,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 지역의 숲을 개발한 이후 유행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는 박쥐, 설치류, 유인원 등 숲의 야생동물로 추정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지난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강에서 발견됐으며, 당시 해당 지역에서 감염된 환자들의 치사율은 88%로 집계됐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무너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통신

얼음이 녹으면? 봄 아닌, 바이러스 온다

기온이 상승하며 영구동토와 빙하가 녹는 현상도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는 원인이 된다. 얼음 속에 냉동 상태로 봉인된 바이러스들이 외부로 노출돼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은 신종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 바이오아카이브(BioXive)에 티베트 고원의 굴리아 빙하에서 발견한 33종의 바이러스를 공개했다. 이들은 약 1만5000년 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들 중 28종은 현대에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였다. 연구진은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유출된 병원체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5년에도 유사한 연구 사례가 발표됐다. 당시 미국국립과학원(NAS)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3만 년 전의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6년 8월 시베리아 야말반도 야말로네네츠자치구에서 12살 소년이 탄저균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사망한 소년과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 90명을 검진한 결과, 8명이 탄저균 감염으로 추가 확인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해 여름 폭염으로 기온이 35℃까지 올라, 영구동토층이 녹은 것이 화근이었다. 약 75년 전 탄저균에 감염된 순록의 사체가 외부에 노출되어 탄저균이 재확산한 것이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는 2300여마리의 야생 순록이 탄저균 감염으로 폐사했다.

전 세계의 빙하와 영구동토는 현재도 빠르게 녹고 있다. 세계기상기구(IPCC)에 따르면 지난 1979년부터 북극의 연평균 해빙 면적은 10년에 약 3.8%씩 감소했다. 해빙의 겨울철 평균 두께는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 사이에 약 1.8m 얇아진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100년까지 미국 알래스카 지하 영구동토층의 4분의 1이 녹을 것으로 예측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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