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했던 양현종, 마이너리거에서 선발 투수 되기까지

묵묵했던 양현종, 마이너리거에서 선발 투수 되기까지

기사승인 2021-05-03 17:42:57
지난 1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등판한 양현종. 사진=AP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드디어 빅리그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양현종은 오는 6일 오전 8시40분(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리는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 자격을 갖춘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국내에서 147승을 거둔 국내 최고의 투수였지만, 어릴 적부터 꿈꿔온 메이저리그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계약부터 난항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인해 빅리그 구단들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양현종을 찾는 구단이 적었다. 양현종은 1월까지 빅리그 팀들의 제안을 받질 못했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가 잔류를 제안했지만, 그는 KIA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빅리그에 도전했다. 기존에 원하던 빅리그 40인 로스터 보장 조건까지 포기하면서 절실함을 드러냈다.

기존 요구 조건을 대폭 낮춘 양현종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한 텍사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신분에 따라 보장액이 달라지는 스플릿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입성 시 최대 185만 달러(약 20억5000만원)를 받을 수 있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낮은 연봉과 함께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는 혹독한 상황에 뛰어든 셈이다.

양현종은 늦게 계약한 탓에 비자가 발급이 지연됐고, 경쟁자들이 훈련 중이던 2월 24일이 돼서야 한창이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양현종은 보직을 가리지 않고 시범 경기를 소화했다. 어떤 날에는 선발 투수로 나오기도, 다른 날에는 중간 계투로 출전하기도 했다. 시범 경기 기간 그가 거둔 성적은 5경기 10이닝 12피안타 6실점 평균자책점 5.40 10탈삼진.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그는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했다. 포지션 경쟁에서 밀렸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양현종은 대체 훈련지에서 빅리그 콜업을 기다렸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원정 경기에 동행하는 예비 선수 명단인 '택시 스쿼드'에 포함됐다. 

묵묵하게 기다리던 양현종은 어렵사리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26일 선발 아리하라 고헤이가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면서 불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자 텍사스 측은 이튿날 양현종을 콜업했다. 

빅리그에 콜업된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양현종은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텍사스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한 양현종은 66구를 던지는 동안 4.1이닝 1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홈런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중심타선이 강력한 에인절스를 꾸역꾸역 막아냈다.

지난 1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에인절스전에 비해 한 층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리그 선두인 보스턴을 상대로 4.1이닝 4탈삼진 무실점을 거두며 성공적인 등판을 마쳤다. 특히 7회초에 선두타자 알렉스 버두고를 초구에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로 잡은 뒤 3-4번 타자인 J.D 마르티네스와 잰더 보가츠를 연속 삼진으로 잡은 것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연달은 호투 덕분에 양현종에게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다. 선발 투수 아리하라가 부진과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고, 이 공백을 양현종이 대신하게 됐다. 

양현종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는 6일 미네소타전 결과에 따라 선발 등판 기회를 더 얻을 수도 있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될 수도 있다. 현재 미네소타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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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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