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닳은 무릎, 덜 아프고 더 걷게 됐어요"

"20년간 닳은 무릎, 덜 아프고 더 걷게 됐어요"

기사승인 2021-05-13 03:00:02
문찬웅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장이 서울 등촌동 부민병원에서 김영자씨의 무릎 관절을 진찰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저는 약을 복용하는 데 굉장히 부담을 느낍니다. 몸에서 잘 받지 않거든요. 하지만 과거 무릎수술을 받았을 때는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로봇수술을 받은 뒤로는 진통제를 많이 먹지 않았어요. 통증이 미미해서 충분히 견딜 수 있었어요”

김영자(79세)씨는 문찬웅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장에 대한 신뢰가 각별하다. 김씨는 양쪽 무릎을 모두 문 센터장에게 맡겼다. 2015년 당시 부천성모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문 센터장은 김씨의 오른쪽 무릎 전치환술을 진행했다. 6여년이 흐른 올해 초, 문 센터장은 서울부민병원에서 김씨의 왼쪽 무릎 전치환술을 진행했다. 

같은 의사가 동일한 수술을 진행했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6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차이를 만들어낸 요인은 로봇이었다. 수술에 로봇을 도입하자 통증은 물론, 출혈량과 감염위험이 감소했으며 회복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단축됐다. 문 센터장과 김씨에게서 로봇수술에 대한 조언과 경험담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울부민병원 문 센터장의 진료실에서 진행됐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수술용 로봇을 도구로 활용해 집도하는 수술이다. 특히 관절수술 분야에서는 의사의 손만으로는 완벽한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의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서울부민병원은 마코로봇을 도입했다. 마코로봇은 뼈의 변형이 심하거나, 뼈 내부에 고정물이 있는 등 까다로운 환부를 로봇이 분석해 3차원 시각자료로 재구성한다. 의사는 이 자료를 활용해 가상 수술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수술 전략을 세운다. 문 센터장은 “가상 수술을 통해 뼈를 어떻게 절삭해야 균형이 맞는지 파악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할 최선의 위치를 결정한다”며 “실제 수술에서 집도의의 역량에 따라 미세한 조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수술용 로봇은 국내에서 상용화한지 10년도 지나지 않은 신기술이다. 문 센터장은 2014년 학회 소식지에 실을 논문을 리뷰하면서 마코로봇 관련 정보를 접했다. 그는 “2006년에 마코로봇이 출시됐는데, 당시 해외에서는 이미 마코로봇에 대한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며 “마코로봇의 가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국내에 도입한 병원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2015년도에 세브란스 병원이 연구용으로 마코로봇을 제공받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그 이후에 서울부민병원도 수술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문찬웅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장이 서울 등촌동 부민병원에서 열린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올해 초 김씨는 문 센터장의 집도로 로봇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 김씨는 왼쪽무릎에 걷기 힘들 정도로 지속적인 통증을 느꼈다. MRI 검사 결과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문 센터장은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관절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로봇수술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김씨가 오른쪽 무릎을 수술한 당시에는 일반수술 외 선택지가 없었다. 김씨는 “설명을 들어보니 일반 수술보다 통증이 덜하다고 해 로봇수술을 결정했다”며 “실제로 수술을 받아보니, 오른쪽 무릎을 수술했을 때보다 훨씬 덜 아파서 진통제도 덜 먹었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은 일반수술과 비교해 환자의 고통이 적고, 수술 후 재활이 빠르다. 수술 중 감염이나 출혈 위험도 최소화된다. 문 센터장은 회복력이 떨어지는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게서 로봇수술의 이점이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관절수술이 필요한 무릎 골관절염 환자는 일생동안 무릎관절에 부담을 주는 운동이나, 농업에 종사한 노년층이 대다수다. 김씨 역시 20여년간 활동량이 많은 직업에 종사했다. 문 센터장은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로봇수술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면서도 “특히 고령층, 기저질환자, 무릎관절의 변형이 심하거나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의 수술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이 인공관절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모가 큰 수술은 환자의 신체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할 수 없다. 한번 수술을 통해 삽입한 인공관절을 오래 쓰는 것이 관건이다. 문 센터장에 따르면 인공관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연구 분야 가운데 재질과 디자인 분야는 정점에 도달했다. 그는 “결국 인공관절을 얼마나 잘 집어 넣느냐가 인공관절 수명에 상당히 중요한데, 집도의의 눈과 손에 의존하는 일반 수술법으로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며 “로봇을 이용하면 가상 수술에서 최상의 수술전략을 고안할 수 있고, 실제 수술에서도 로봇 팔의 제어를 활용해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도 무릎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 센터장은 ‘방바닥 생활’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쪼그려 앉거나, 양반다리로 앉는 상태에서 무릎관절은 과도하게 꺾인다. 의자와 침대를 이용해 무릎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아울러 가벼운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을 하며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권장된다. 김씨는 “현재 운동을 열심히 하고, 무릎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무릎이 아파 그만 뒀던 취미인 골프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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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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