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장관 인선을 두고 청와대와 송영길호 더불어민주당이 온도 차를 보였다. ‘1명 낙마’로 인사청문회 정국이 일단락됐지만 부동산 등을 둘러싼 견해차는 여전하다. 일각에선 당·청 간 이견이 밖으로 분출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강행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으며 야당의 낙마 요구를 일축했다.
11일에는 국회에 ‘임·박·노’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기한은 14일로 사흘의 시간을 줬다. 비교적 짧은 재송부 시한을 제시해 문 대통령이 장관 인사논란을 오래 끌지 않고 이번 주 내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들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민주당 내에선 청와대와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12일 40여 명이 참석한 전체회의를 마친 뒤 당 지도부에 장관 후보자 3인 중 최소 1명 이상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일부 재선 의원들도 임명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민주당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이상민·김병욱·조응천 의원 등은 당 지도부 주도의 의견 전달 필요성을 제기하며 무조건적인 임명강행은 안 된다고 막아섰다.
결국 청문 정국은 박준영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여당의 ‘최소 1명 낙마’ 요구가 사실상 수용됐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상황을 놓고 임기 말 주도권이 당으로 넘어가며 문 대통령의 레임덕 신호탄이 터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 반발기류로 당·청 관계가 역전됐다는 것. 다만 청와대는 인사 논의과정에서 당·청 간 갈등이나 이견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문제는 남은 임기 동안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연일 당이 당·청 관계를 주도하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송 대표는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휘둘리는 것을 바꾸겠다”, “당 중심의 대선 준비도 필요하다” 등 당 주도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송 대표는 당 대표 취임과 동시에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 부동산 정책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현재 부동산 정책 전반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2억 원 상향 등 종부세 부과기준 변경 ▲주택담보대출(LTV) 90% 완화 등이 논의 대상이다.
청와대는 완화 폭을 한정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MBC라디오에서 “종부세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할 부분”이라며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의 세제 검토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청문 정국을 거치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갤럽이 11~13일간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2%p 내린 32%, 부정평가는 3%p 오른 61%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역대 최고치(4월 3주 차 62%)에 육박했다. 더욱 자세한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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