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비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자 치료관리에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협회 등 관련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진행한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 범죄자 수는 2007년 5726명에서 2016년 8343명으로 최근 10년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비중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5년 9.71%(비정신질환자 1.46%)로 나타났다. 반면 중증 정신질환자의 의료 이용률은 낮은 상태다. 조현병 환자의 경우 2016년 기준 진단을 받은 사람 중 22.2%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오히려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016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침해적 요소들을 개선해 개인의 자율성을 강화했다. 입원을 거부하는 자 중 자·타해 위험을 보이고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나, 보호의무자 2인의 신청이 있어야 2주간의 진단입원이 가능하다. 3개월 이상의 치료입원은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일치소견이 있어야 한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비자의입원율은 2014년 70.2%에서 2018년 31.5%으로 감소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도 크게 줄었다”면서도 “한국에서는 보호의무자에게 유기금지 의무, 자‧타해 유의 의무가 있지만 실제 입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를 통한 도움은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찾아가더라도 응급입원목적으로 응급실 방문을 지원하는 것 외에 진단평가를 시행할 권한이 없어 설득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경찰, 소방이 아닌 가족 또는 사설 구급대를 통해 입원하는 비율은 75%에 달한다. 경찰과 소방을 지원하는 정신응급체계도 지자체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방치될 경우 위험 비율은 올라가게 되고 그 피해는 대부분 가족이 입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에서는 경찰과 소방이 자, 타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근처 의료기관에 호송해 치료를 받게 하고 있고, 국민이 발견하면 당지 경찰기관 또는 소방기관에 통지토록 하고 있다”며 “우리도 비자의입원을 가족에게 맡기기 보다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법 개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경찰의 개입 권한을 강화하는 등 응급입원 절차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자리에서는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의 빠른 병원 이송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은 “중증정신질환으로 인해서 시급하고 적극적 개입이 필요해 보이는 분의 가족이나 이웃이 경찰, 119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현장에서 이송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신고 접수시 정신과전문의가 같이 출동하는 것이지만, 당장 도입되기에 여의치 않다면 정신응급개입팀내의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정신건강전문가가 반드시 동행 출동하도록 하고 경찰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전문가의 이송 필요성 판단 조언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출동 현장에서 바디탬(bodycam)을 통해서 현장에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실시간으로 현장의 경찰에게 전문적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24시간 정신응급대응 전담 공공 정신과전문의 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전문가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 환자의 동의 없이도 환자의 동의 없이도 환자의 과거 정신병력 등 관련 정보를 즉시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출동한 경찰도 피신고인의 과거 정신질환 연관된 범죄 여부를 즉시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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