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 뛰어든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의 젠더 이슈 관련 발언이 연일 화두다. 그는 최근 ‘공천 의무할당제 반대 공약’을 내걸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최고위원의 움직임이 오히려 당 쇄신을 외치며 중도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는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며 “청년, 여성, 호남 할당제를 하겠다는 공약에 어떤 보편적인 청년‧여성‧호남 출신 인사의 가슴이 뛰겠나”라고 말했다. 공천 의무 할당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내민 주자들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청년‧여성‧호남 출신 인사를 의무적으로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다. 초선인 김웅·김은혜 의원도 청년 공천 할당제를 공약했다. 이들은 당의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의무 할당제를 공약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위원의 여러 발언으로 인해 국민의힘이 자칫 ‘여성 혐오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당 쇄신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 김병민 비대위원은 여성 의무 할당제를 반대한 이 전 최고위원에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달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적어도 남성 위주의 기득권 문화가 생생히 묻은 보수 정당에서, 이 정도 변화 의식을 천명하지 않으면 공적 영역에서 유리천장을 깨는 실질적 여성 참여가 쉽지 않다”며 “거듭 말하지만 국민의힘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드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할당제 자체가 공정하다는 게임 규칙이 실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이 전 최고위원은 이 부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고 수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열광하는 남자들이 있으면, 비토하는 여자들이 있다”며 “20·30대 남녀 성비가 1.5:1이라고 잘못 알고 있던데, 그것 때문에 그러느냐. 열광은 금방 식으나 비토 감정은 평생 간다”고 꼬집었다. 20대 남성들의 대변인만 자처하다 20‧30대 여성 표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대 여성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스로 보수층이라고 표현한 A씨(25‧여성)는 “이 전 최고위원의 안티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보고 국민의힘에 실망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에서 표를 주기는 망설여질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B씨(27‧여성)는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20‧30대 남성 일부만을 대변하는 것 같다. 당 대표는 당 전체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가 당 대표로 당선된다면 ‘여성 혐오 정당’ 이미지로 보일 것 같다”고 쓴소리했다.
이러한 상황에 당 내부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젠더 이슈 관련 발언을 단속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8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은혜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불편함과 불공평‧불평등을 피해망상이라고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격 당할까봐 두려움을 갖는 한국 여성의 보편적 두려움을 못 본 척 하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해보고 싶다”고 유감을 표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강남역 살인사건 5주기를 맞아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고 여성들은 안전하게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어두운 골목을 귀가할 수 있는지 자문해본다”며 “페미니즘, 이대남, 이대녀, 성별 대립… 우리 모두가 서로를 지켜주고 존중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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