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지지율 1%여도 흥미진진한 ‘청춘 선거’

[쿡리뷰] 지지율 1%여도 흥미진진한 ‘청춘 선거’

기사승인 2021-06-04 07:00:03
영화 '청춘 선거'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수많은 핸디캡을 안고 제주도지사 선거를 치른다. 당선이 힘든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 소수정당에 제주도 출신도 아니고, 30대 초반의 나이 어린 여성이다. 당선 가능성도, 거대정당 후보를 이길 뚜렷한 전략도 없지만 당선돼야 하는 이유와 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하다. 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고은영 후보와 녹색당은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청춘 선거’는 정당 지지율 0.8%, 후보 지지율 1%로 2018년 지방선거 제주도지사에 도전한 녹색당 선거 캠프의 선거 준비 과정을 밀착해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시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일이 어색한 고은영 후보와 그를 맞는 제주도민들도 처음 들어보는 정당과 젊은 여성 후보가 낯선 상황. 하지만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명확한 방향성과 TV토론에서의 활약, 매일 길거리를 다니는 노력이 더해져 제주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누가 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영화 초반부엔 등장하는 녹색당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실패할 걸 알면서도 시작된 도전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목적과 의미를 갖는지 궁금증이 든다. 멀찍이 팔짱을 끼고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바뀐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선거에 뛰어들어 조금씩 바뀌고 성장하며 서로 연대하는 모습은 관객이 생각지 못한 감정적 동조를 일으킨다.

영화 '청춘 선거' 스틸컷

작은 고추지만 은근히 맵다. ‘청춘 선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넘어 응원하고 희망까지 품게 된다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카메라의 영향이다. 카메라는 가까이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면서도 인물들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거나 관객들을 정치적으로 설득할 생각이 없다. 억지로 감동을 연출하거나 인물들의 노력과 결과를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대단한 현장감과 매력을 뿜어내며 이야기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이 아프지 않아 보인다. ‘청춘 선거’는 청춘들의 발랄하고 경쾌한 선거 도전기 대신, 치열하게 매달리고 온몸을 내던지는 선거의 뒷모습을 조명한다. 길거리에서 겪는 예측 불가한 당황스러운 에피소드들부터 당 내부에서 벌이는 논쟁과 타협의 과정까지 날 것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담겼다. 선거의 쟁점이나 평소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정당 내부에서 치르는 선거 과정, 한국 소수정당에게 선거의 의미를 다루는 대목이 흥미롭다.

항상 바짝 긴장한 모습의 후보들이 축 늘어진 모습으로 즐거워하는 일상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행동에 옮기는 힘과 맥주를 마시고 즐거워하며 떠드는 에너지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들의 나이보다 그 모습들이 영화 제목 속 ‘청춘’과 더 닮았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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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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