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종의 이 같은 호재는 시중은행에 간접적인 수혜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단이었던 은행은 해당 기업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지자 대출 상환 대신 출자(주식) 전환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한동안 주가가 하향세를 보이면서 채권단도 큰 손실(평가손익 기준)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선·해운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무난한 엑시트를 통해 동부건설에 인수됐다. 나머지 기업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손실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해운 업종에 지분투자(주식 출자전환)한 시중은행의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1분기 기준 HMM(구 현대상선)에 대해 약 60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평가이익)을 거뒀다. HMM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흠슬라(테슬라+HMM의 합성어)’로 불릴만큼 높은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HMM의 주가는 현재(6월 10일 종가기준) 4만3900원으로 1년 전 주가(5400원) 대비 약 712.96% 올랐다.
대우조선에 출자 지분을 보유한 주요 은행들의 투자수익도 늘어났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은 81억원, 우리은행 22억원, KB국민은행 8억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3만7200원으로 1년 전 주가(2만7800원) 대비 33.81% 반등했다. 현재 이 기업의 주가는 거래재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두 기업은 한때 업종 불황으로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HMM은 지난 2016년 재무여력 부실로 인해 일부 자본잠식에 빠졌고, 한때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당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은 결국 채권(약 1조4000억원)의 절반을 출자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도 분식회계로 인해 한때 주식시장에 거래가 정지됐다. 2016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약 2조789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두 기업의 상황은 반전됐다. 수 년만에 조선·해운업종의 슈퍼 사이클(장기적 가격상승 추세)이 도래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먹 이후 물류가 급증하면서 해운 운임도 급상승했다. 이는 해운회사의 컨테이너선 발주 증가로 이어졌다. 조선업 실적도 크게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532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동기 대비 860% 이상 증가했다. 신규 수주액도 전년 동기 대비 753% 늘어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해운업종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이봉진 연구원은 “조선업황 회복 사이클은 이제 막 시작단계”라며 “조선업은 3년 주기로 호황 사이클을 반복해왔다”며 “최근 수주잔고가 우상향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0월인 것을 감안하면 2022년까지 상승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황어연 연구원도 “유럽, 신흥국의 투자, 소비회복이 견인하는 물동량 성장이 예상된다”며 “특히 성수기인 3분기에는 운임 상승, 선대 확충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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