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정부가 세 번째 고발 카드를 집어 들었다. 고의로 자료 제출을 누락한 것으로 보고 주류 기업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하이트진로 동일인 박 회장은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지난 2017년~2018년 동안 친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5개사와 친족 7명을 사실과 다르게 자료를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2020년에는 ‘(유)평암농산법인’을 누락해 사실과 다르게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매년 자료(지정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은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를 낸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조카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송정을 지정자료 제출 시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계열회사로 미편입 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그러나 2019년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기 전까지 계속해 이들 회사를 누락한 지정자료를 제출했다.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아들·손자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우화학㈜ 등 3개사 자료도 뺐다. 계열회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해왔던 회사로서 기업집단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했다.
계열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대우컴바인㈜ 설립 직후인 2016년 4월 자금 지원 확대를 이유로 거래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 하루가 채 소요되지 않았다. 2018년까지 거래 비중은 급격히 상승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자신의 사업장 부지를 대여해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가 생산·납품할 수 있도록 해왔다. 해당 거래가 시작된 ’06년 이후 ’20년 현재까지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박 회장은 (유)평암농산법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지정자료 제출 시 누락했다. (유)평암농산법인은 주주·임원이 계열회사 직원들로 구성된 회사로 농지를 ㈜진로소주에 양도한 바 있다. 해당 토지는 ‘진전평암일반산업단지계획’에 따라 2017년 11월 산업시설용지 등으로 전용됐다.
하이트진로㈜에서 2014년 6월 (유)평암농산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을 확인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처벌 정도를 검토했으며 대표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도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
박 회장은 1991년 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하이트진로㈜ 및 하이트진로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해당 검토 관련 법적 책임의 당사자다. 동일인은 2020년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유)평암농산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야 편입신고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누락된 친족들은 고모 일가로 박 회장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점 등을 미뤄 해당 지정자료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박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하이트진로는 고의로 은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 중 해당 계열사들 모두 동일인과 무관, 독립경영을 하고 있고 고의적인 은닉이나 특별한 경제적 이득을 의도하거나 취한 바 없음을 소명했으나 충분히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면서 “앞으로 진행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충분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의 근본이 되는 지정자료의 진실성 확보를 위한 감시활동을 지속해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는 위장계열사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올해 5월20일부터 위장계열사 신고에 대한 포상금제를 시행했다. 지정자료 제출 시 정당한 이유 없이 국내 계열회사를 누락하는 행위를 신고포상금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이 위장계열사를 통해 사익편취 규제 등의 적용을 회피하는 행위를 보다 용이하게 적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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