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열정·꿈’ 같은 소리 말고 올려라...이런 시급!

[기자수첩] ‘열정·꿈’ 같은 소리 말고 올려라...이런 시급!

기사승인 2021-06-23 06:00:12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20대 초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3년간 주중과 주말을 병행하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받은 시급은 1750원. 하루 8시간을 일해도 1만4000원. 전공서적 한 권에 2~3만원이었으니까 이틀을 일해야 책 한 권을 살 수 있었다.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 2275원이었는데 이를 지키는 사장님은 거의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옆에 자리한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은 1500원을 받고 일했는데 그 시급이 잘못된 지도 몰랐고 자취로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했기에 만족하며 일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사회부 주니어 시절에 받은 첫 월급은 83만5000원 정도. 당시 시급은 3480원. 교통비와 식대, 기타 지출을 하고나면 저축은 물론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은 그야 말로 언감생심. 그러면서 사회에서는 젊으니까 '열정과 꿈을 크게 가지라'고만 주문했다. 이런 힘 빠지는 소리에 "돈이나 많이 주면서 그런 소리 해대라"고 속으로 외치며 살았다.

사회 연차가 쌓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숫자에 많이 기우다 보니 최저임금 숫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매해 최저임금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노동계와 경영계 목소리에 귀가 갔다. 당연히 결정되는 최저임금에 불만만 쌓였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가 젊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결같다. '열정을 가지고 꿈을 크게 가져라'. 

지난해 최저임금 8590원. 하루 8시간 기준 20일을 근무하면 한 달에 137만4400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료, 연금,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이보다 더 낮은 돈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이런 시급으로는 꿈을 꾸기는커녕 희망마저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질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평생에 다시 못 올 청춘을 1만원도 되지 않는 시급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미래는 있을까 개탄스럽다.

적어도 1990년대 까지는 개천에서 용이 나왔다. 돈이 없고 소위 '빽'이 없어도 열심히만 하면 누구든 용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부'가 성공의 요건이 된지 오래다. 애초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에서 구직자 2122명을 대상으로 '취업준비와 경제력'에 대해 조사한 결과, 81.9%가 경제력이 성공적인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8명은 취업과 경제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올해 2월에 졸업한 임모씨는 자격증 등 스펙 쌓기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때문에 취업준비 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턱없이 적은 시급으로 소위 '부모님 찬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현재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쟁취냐, 임금 동결이냐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창 씨름 중이다. 한쪽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쪽은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불평 등을 완화하는 효과와 청년들이 바라는 희망의 크기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각건대 돈의 크기가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결정해 버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올릴 최저임금이라면 이런 시급 화끈하게 올려 청년들 기 한번 살리는 것은 어떨까 한다. 만날 정부 여당을 찾아 기업 기 살려달라고만 하지 말고 말이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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