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청년이 행복하려면 ‘연대의 힘’이 필요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란 청년들은 공정한 보상에 민감하지만 역설적으로 경쟁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가 고민해야 합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4월 당 혁신의 일환으로 출범된 ‘당 안의 당’ 청년정의당의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청년의 삶을 바꾸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청년정의당은 청년 이슈에 굵직한 메시지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22일 정의당 당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청년의 행복’이 자신을 정치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위를 돌아보니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자신을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더라. 저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자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비껴간 사람이다. 저 같은 청년들도 차별과 낙인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꿔 정치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폭력 체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학교를 떠난 강 대표는 청소년 인권운동, 선거연령 하향운동에 앞장섰다. 이후 2019년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에 의해 대변인으로 발탁되며 정치권에서 청년 목소리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강 대표가 가까이서 바라본 청년들의 삶은 무한 경쟁에 내몰린 상태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를 살펴보면 기성세대가 이미 자산 형성을 해놓은 상황이라 청년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 일자리 문제 또한 정규직 자리가 한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들은 스펙 경쟁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탈락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청년들이 기성세대가 차지하고 남은 계층 상승 사다리 아래서 약간의 파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기성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정치는 낙오된 청년들에게 개인의 능력이 없어서,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정당화만 해왔다. 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모든 청년들이 경쟁에서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소수자나 약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출발선을 조정하고 결승선까지 도달하는 데 방해물을 없애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연대와 공존이 지금의 시대정신인 이유다. 정치는 레이스에서 뒤처진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하며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을 내세운 바 있다. 특히 나이에 따라 결과를 보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청년 공천 의무할당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 대표는 “청년이 정치권 진입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지운 공약”이라며 “정치 신인들에게는 도전의 문턱이 한없이 높다. 청년은 더욱 심하다. 정치 경험을 쌓고 교육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청년들은 극히 소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정의하는 공정은 반쪽짜리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규칙을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을 공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출발선이 다르면 규칙이 같다고 하더라도 걸림돌이 훨씬 많다. 출발선을 조정하는 것이 온전한 공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이 대표로 인해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이 대표의 당선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이 청년 정치인의 활동과 성장을 중요시하고 육성에 관한 큰 자극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정치적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현실화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정치권에 모처럼 불어온 ‘청년 돌풍’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청년 정치는 당위성과 가능성에 머물러 있던 것이 현실이었다”며 “청년 돌풍이 이 대표와 같은 특수한 청년 정치인 개인의 탄생에서 끝나면 안 된다. 청년 정치가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에 진입해 주류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도 제도권 정치에 남아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계획이다. 그는 “청년들이 행복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게 출발선을 맞추는 정치를 하겠다”며 “계속해서 청년 곁에서 스피커 역할을 하고 싶다.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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