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여의도서 울려 퍼진 자영업자들의 절규…“제발 살려주세요”

심야 여의도서 울려 퍼진 자영업자들의 절규…“제발 살려주세요”

자영업자비대위, 여의도공원서 시위 진행
“K-방역 최대 피해 자영업자…보상 필요해”
주최측, 곳곳서 경찰과 추돌…경찰 제압 부당 토로도

기사승인 2021-07-15 03:08:48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거리두기4단계 조치 불복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7.14.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살려주십시오!”

14일 오후 11시25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한 입구 앞에서 한 소상공인의 절규가 퍼졌다. 오후 10시 영업을 마치고 이날 국회 둔치주차장에서 차량 시위에 나서겠다고 한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였다. 경찰과의 대치로 당초 시간보다 25분 늦게 마이크를 잡은 김기홍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자영업자가 K-방역의 최대 피해자라며 정부는 자영업자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김 대표는 “자영업자들은 당장 문을 닫고 빚만 늘어 가는데 정부는 정확한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자영업자 코로나19 방역을 멈춰달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는데 아직 대화 테이블은 없었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 넘을 때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희생을 또 강요할 건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확진자 수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치명률에 집중할 차례”라면서 “새로운 거리두기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측은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손실보상의 내용과 범위를 정해 예측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피해당사자인 자영업자의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살려달라”라는 구호로 김 대표가 회견을 마무리 짓자 곳곳에서는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재창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거리두기4단계 조치 불복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7.14. 박효상 기자

이날 회견 자리에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해 자영업자들을 지지하기에 나섰다. 그는 “저는 아시다시피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국가(코로나19 방역)에 협력했는데 생업에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제대로 나서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들은 국가 존재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통감했다.

최 의원은 “국가란 국민을 보호하고 감싸주는 것이라고 우리는 자랄 때부터 배워왔다”며 “그중 왜 소상공인들은 외면받아야 하느냐”고 자영업자비대위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기자회견 장소는 국회 둔치주차장에서 바뀌었다. 시간도 늦어졌다. 이유는 경찰 제지가 컸다. 이날 자영업자비대위가 차량 500대 규모 시위를 예고하자 서울경찰청은 ‘불법시위’로 규정하고 엄정한 사법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불복 심야 차량시위를 예고한 14일 오후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에서 경찰이 차량 통제 및 검문을 하고 있다. 2021.07.14. 박효상 기자

시위 한 시간 전부터 둔치주차장 인근 분위기는 삼엄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로, 인도 입구에서 경찰 병력들이 들어가는 사람이 집회 참가자인지 아닌지 일일이 검문했다. 국회에서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다리 위에서도 경찰이 검열에 나섰고, 둔치주차장 내부에서는 100미터 남진 거리를 두고 경찰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 중이었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불복 심야 차량시위를 예고한 14일 오후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에서 한 자영업자가 경찰의 차량 통제에 항의하고 있다. 2021.07.14. 박효상 기자

한때 집회에 참석하려는 자영업자와 경찰 간의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이은표씨는 경찰이 둔치주차장 진입을 막자 “사람이 모여서 시위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차안에 탄 채로 모여서 하겠다는데 도무지 왜 안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영업자는 그냥 앉아서 다 죽으라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치는 여의도 한복판 도로에서 10여분간 계속됐다.

집회 30분을 앞두고 자영업자비대위와 경찰 사이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집회 장소를 변경하려는 주최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반대 측의 이견이었다. 결국 자영업자비대위는 여의도공원으로 장소를 틀었으나 현장에도 경찰 병력이 깔려 있었다.
시위 전광판 차량이 등장하자 15명의 경찰 병력이 주위를 에워쌌다. 2021.07.14. 신민경 기자

시위 전광판 차량이 등장하자 15명의 경찰 병력이 주위를 에워쌌다. 5분간 고성이 오간 후에야 절충책이 마련됐다. 시위 마이크는 단 한 사람만 잡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집회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 경기섭씨는 “방역법에 대해 뭘 잘못했길래 이 사달인지 모르겠다”며 “부당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이날 온라인 영상으로 상황을 공유받은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들도 경찰 제지에 탄식을 쏟아냈다. 자영업자비대위가 아프리카TV로 현장 영상을 공유했는데, 이를 본 관계자들은 “어이상실” “너무하네” 등의 글을 올리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한편 자영업자비대위는 2차 시위도 예고했다. 15일 저녁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다. 장소는 KT광화문빌딩으로 예고됐으나 1차 시위처럼 경찰 제지로 장소가 변경될 수 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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